전세계에 가장 큰 고통을 유발한 금융자산 달러의 강세가 마침내 끝을 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진단했다. 달러가 전반적으로 약해지며 세계 곳곳에서 명백했던 물가 압박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악의 킹달러 광란 끝…내리막 시작”
2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고로 꼽히는 투자자들은 최악의 킹달러 광란이 끝나고 있다며 앞으로 수 년 동안 지속될 내리막길이 시작됐다고 베팅한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을 대체적으로 마무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국가들의 중앙은행들은 아직 금리인상을 지속하고 있어 달러는 하락세의 초입에 위치했다.
최근 경기과열 가능성에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할 수 있지만 위험자산의 신흥 시장으로 회귀는 이미 시작됐고 달러 강세는 완화할 것이라는 베팅이 대세다. 달러가 최근 손실을 만회했지만 투자자들은 약달러의 대세를 회수할 분위기가 아니다.
30년차 환율시장 베테랑인 조지 부부라스 K2자산관리 리서치 본부장은 “달러가 확실하게 정점을 쳤고 구조적으로 앞으로 달러는 약세”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고집스러울 정도고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신호가 있다”면서도 “다른 경제국들이 미국을 따라잡고 있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달러는 지난 9월 고점 이후 8% 정도 낮아졌다. 그 사이 투자자들은 신흥시장 채권과 주식을 거의 2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사들였다.
◇”미국 인플레 현실 3% 안착…금리 6% 힘들다”
BNP파리바의 시다르스 마투르 신흥시장 리서치 본부장은 “달러가 정점을 쳤고 앞으로 수 년 동안의 약세가 시작됐다”며 “구조적으로 달러는 약세로 특히 하반기 더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가 압박이 약해지며 연준도 금리인상 강도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모건스탠리 투자관리의 에릭 스테인 수석투자책임자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2%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3% 수준에서 안착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연준이 금리를 6%까지 밀어 부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러 지배력이 끝났다는 이론에 기반한 베팅이 나온다. K2자산관리는 지난 10월 이후 달로 롱포지션(매수세)를 축소하고 캐나다-호주 달러와 같은 원자재 통화들이 올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1월 초 달러 약세에 대한 투기적 포지션은 2021년 8월 이후 최대였다.
JP모간자산의 케리 크래그 전략가는 “오랜 기간 미국 예외주의가 심했다”며 “이제 갑자기 유로존 전망이 훨씬 더 나아졌다. 일본 엔도 지지를 받을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재개방이라는 보너스까지 있다”고 말했다.
◇달러 ‘스마일’ 이론 베팅…안전자산 수요 기대도
하지만 이른바 ‘달러 스마일 이론’을 전망에 적용하는 달러 강세론자들도 있다. 달러 스마일 이론이란 미국 경제가 너무 좋거나 너무 나쁠 때 모두 오르고 성장이 완만하면 낮아진다는 것으로 달러 곡선이 웃는 모양이 된다.
엄밀히 말해서 약세론자들 역시 달러가 일직선상으로 계속 떨어진다고 베팅하지는 않는다. 미국 금리는 계속 오르고 글로벌 침체, 지정학적 위험이 달러의 안전자산 속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
파인브릿지투자의 오마르 슬림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채권 공동 대표는 “달러가 정점에 쳤지만 지난 2년 동안 목격했던 상승분을 전량 반납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은 수준에서 고공행진하고 있어 연준도 고금리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달러에 가해지는 하방압력을 덜어주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높은 미국 금리로 돈이 몰리며 달러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는 베팅도 있다. RBC 자본시장의 엘사 리그노스 외환전략 본부장은 “연말 달러가 회복할 것이라는 것이 기본 시나리오”라며 “주요 10개국 중에서 아직도 달러가 가장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스테파니 홀제-옌 아태 투자책임자는 “달러가 안전 자산이라는 지위를 계속 누릴 것이기 때문에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