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앞두고 준비해온 신년 대규모 공세가 서방이 지원하는 탱크 도착 전 이뤄질 것이라고 27일 크렘린 측근 인사들을 인용해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대략적인 공세 시작 시기는 2월이나 3월 정도로 예상된다. 원래도 러시아가 전쟁 1주년을 전후 30만 증병으로 다시 한 번 대규모 공세를 감행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서방이 반격 무기를 지원하기로 한 이상 그보다 앞서야 한다는 판단이 공고해졌을 수 있다.
독일과 폴란드 등이 지원하려는 레오파르트2 탱크와 영국이 앞서 약속한 챌린저2 탱크 모두 우크라이나 전선 도착까진 두 달 안팎 소요될 전망이다. 미국 에이브럼스는 훨씬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방의 첨단 탱크 지원 없이도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잘 막아내고 있다. 전황이 지지부진했던 최근 6월간 러시아가 추가 점령한 건 동부 돈바스의 작은 소도시 한 곳뿐이지만, 막대한 사상자를 냈다.
크렘린궁과 긴밀한 정치컨설턴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이를 수행할 인력이나 장비가 충분치 않다”며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중단시키고 군사적 우위를 확보해 러시아를 물리치려는 서방의 노력을 좌절시켜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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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결국은 러시아가 승리할 수 있다고 믿으며, 이제는 지금의 전황을 유지하기만 해도 이기는 것이라는 오기까지 보이는 게 블룸버그에 묻어난 현지 분위기다.
안드레이 쿠르토프 러시아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아무 변화가 없는 한 1차 세계대전 같은 소모전도 예상한다”며 “양측 모두 시간이 자기 편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결국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먼저 지칠 것으로 푸틴 대통령은 확신한다고 그는 전했다.
실제 미국과 유럽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금의 모습으로 장기화해 1차대전식 포격전으로 자리잡으면, 오히려 인구가 많고 군수 산업이 발달한 러시아에 유리한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방의 유가상한제 같은 제재는 크렘린에 압박은 됐을지언정, 전쟁 자금 조달 능력은 약화되지 않았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러시아가 수십억 달러의 준비금으로 최대 2~3년은 예산 부족을 상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내년 미국 대선도 최대 변수다. 지금까지 서방의 분열을 막고 유럽 국가들을 설득해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역할을 해온 조 바이든 대통령이 패배하면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엔 변화가 불가피하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결국 이 전쟁을 끝낼 정답은 ‘협상’일 수밖에 없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 20일 독일 람슈타인 미군기지에서 나토 등 50개국 국방장관 회의를 가진 뒤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올해 그들을 몰아내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이 전쟁도 과거의 많은 전쟁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협상 테이블에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몇 달 전부터 ‘협상’이란 단어를 자주 언급해왔지만 여기엔 서방의 단일대오에 맞서 비(非)서방 국가들을 포섭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게 서방 전략가들의 분석이다. 서방이 러시아의 협상 의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푸틴이 생각하는 협상은 결국 우크라이나의 영토 할양을 전제해 남부 회랑을 모두 빼앗긴 지금은 협상할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도 있다. 이를 두고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막고 있다’는 여론전도 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나토 가입을 추진 중인 핀란드 근처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 새로 군대를 배치하기 시작,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대한 압박을 고조시키며 한껏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가 시각화 한 2023년 1월 22일(현지시간) 기준 우크라이나 전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