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지난달 말 서해에 떨어진 북한 우주 발사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2023.6.1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시야가 50㎝밖에 되지 않는 악조건에서 손의 감각만으로 작업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웠지만 강한 팀워크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군이 지난달 말 서해에 추락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체(천리마-1형) 중 일부를 인양하는 데 성공했다.
군은 전북 군산 어청도 서남방 200여㎞ 거리 해역 약 75m 해저에 가라앉아 있던 북한 발사체의 2단 추진체 추정 물체를 15일 오후 8시50분쯤 건져 올린 뒤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로 옮겼고 16일 오후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2함대사령부 내 수상함구조함 ‘광양함’에서 취재진과 만난 신경준 상사는 “서해 특성상 유속이 빠르고 잠수사가 (바닷속으로) 내려가는 순간 뻘물이 올라와 시야를 완전히 가렸다”며 인양 작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 군이 인양한 ‘천리마-1형’ 로켓의 2단 추진체 추정 물체는 길이 약 12m, 직경 약 2.8m의 원통형으로서 표면엔 글자 ‘천마’와 하늘을 나는 말의 모습을 형상화한 문양이 앞뒤로 하나씩 새겨져 있었다. 알루미늄 합금 소재로 추정되는 원통형 물체 표면 곳곳엔 인양 작전 도중 장비 등에 긁혀 생긴 손상이 다수 눈에 띄었다.
16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지난달 말 서해에 떨어진 북한 우주 발사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2023.6.1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그 옆엔 우리 군이 이달 5일 인근 해역에서 인양한 직경 약 2~3m 크기의 원형 고리도 함께 놓여 있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했다는 ‘천리마-1형’ 로켓을 발사했다. 그러나 이 로켓은 상승 과정에서 전체 3단의 추진체 가운데 1단이 분리된 뒤 2단에서 이상이 생긴 탓에 목표 고도에 진입하지 못한 채 서해 공해상에 떨어졌다.
우리 군은 지난 4월19일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4월 현재 제작 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하라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지시사항이 보도된 뒤 그 발사에 대비해 탐색·인양 전력을 서해로 보내는 등 대비태세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북한이 ‘천리마-1형’을 쏘아올린 직후부터 우리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과 공군 그린파인 레이더 등은 그 궤적을 추적할 수 있었고, 비행 및 낙하과정에서 180여개의 잔해물이 발생한 사실도 포착했다고 한다.
북한의 위성 발사 실패 뒤 우리 군의 해상초계기가 군산 서방 240여㎞ 수면에 원통형 잔해물 1개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고, 이어 군은 기타 잔해물 낙하 예상위치를 고려해 수상·수중 탐색 구역을 설정한 뒤 전력 배치와 탐색 작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16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지난달 말 서해에 떨어진 북한 우주 발사체 관련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 2023.6.1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해군 수상함구조함은 원통형 잔해물 발견 당일 곧바로 인양을 시도했으나 해당 잔해물이 수중으로 가라앉으면서 이후 작전은 ‘수중 인양’으로 전환됐다. 잔해물은 75m 깊이의 찰진 펄에 30% 정도가 매몰돼 있었고, 이 때문에 해군 심해잠수사들도 인양 준비 작업 중 발이 펄에 50㎝ 이상 빠지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발사체 추락 해역에선 제한된 수중 시야에 따른 안전 문제 때문에 동시 작업 가능한 잠수 인력을 1명으로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3인 1개조가 잠수·감압 등을 하는 데만 약 3시간이 걸려 충분한 작업 시간도 확보하지 못했다. 거센 조류의 영향으로 수중 작업을 아예 하지 못하는 때도 많았다.
우리 군은 이달 6일부터 15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북한 발사체 잔해물 인양을 시도했다. 첫 인양 시도 땐 수중 환경을 확인한 뒤 잔해물 하부를 와이어로 연결하려 했지만, 펄 속으로 와이어를 집어넣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후 군은 ‘ㄷ’자 모양의 철제 인양 고리를 잔해물 양 끝에 설치한 뒤 수상함구조함의 크레인에 연결해 인양하려 했으나 이 작업도 중지됐다. 심해 잠수사가 ‘ㄷ’자형 고리를 설치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잔해물을 끌어올리던 중 하중 때문에 고리가 휘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다.
우리 군은 3차 인양 시도 땐 잔해물에 인양장구·인양삭 연결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고자 수중 폭파 작업을 했다. 그러나 이땐 잔해물 상단부 일부가 함께 파손돼 인양 시도가 다시 중지됐다.
16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지난달 말 서해에 떨어진 북한 우주 발사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2023.6.1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4차 시도는 잔해물 상단부의 파손된 부위에 인양 고리를 설치해 크레인의 와이어를 연결하고, 하단부에서 발견한 구멍을 통해 감아올린 와이어를 묶어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군은 이후 캡스턴을 이용해 북한 발사체 잔해물을 수면 10m 아래까지 끌어올린 뒤엔 이후 보강 와이어를 설치하고, 최종적으로 구조함 갑판 위로 옮기는 데까지 성공했다.
이번에 인양된 북한 발사체 잔해물에 대해선 한미 당국이 공동으로 기술정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측에선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등 군 정보기관이 조사에 참여한다.
우리 군 당국은 현재 잔해물 내부의 엔진 장착 여부, 주요 구성품·구조 등에 대해선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함구하고 있다. 다만 잔해물을 갑판에 올릴 당시 내부에서 연료나 산화제는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은 북한 발사체 추락 해역에 함정·항공기를 이용해 위성체·엔진 등 다른 발사체 주요 구성품에 대한 탐색작업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군 안팎에선 이들 구성품이 확보될 경우 “북한의 감시정찰 역량과 발사체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달했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 대북제재 준수 여부, 중국·러시아 등으로부터 기술 이전 여부 등에 대한 확인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