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 가격 인하를 고민하고 있다. 현지 경제 성장 속도 감속으로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지 보조금 혜택을 총망라할 경우 기존 마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할인이 예상된다.
28일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s(INSIDEEVs)에 따르면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 가격 정책 수정을 앞두고 있다. 미국 경제 성장 둔화 현상을 고려해 마진을 줄이고 판매량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공하는 전기차 배터리 세금 공제 혜택을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달 발효된 이 법안은 최대 1400달러(한화 약 200만 원) 상당 보조금을 제공한다. 테슬라의 경우 4680 배터리셀을 자체 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 막대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데다 600 달러(약 77만 원) 추가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인사이드EVs는 “수치로 말하면 테슬라는 총 18억 달러(약 2조3092억 원) 상당 공제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제너럴 모터스(4억8000만 달러)와 비교해 약 5배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추가 가격 인하 정책 도입으로 테슬라 판매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모델Y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델Y의 경우 미국 기준 이미 작년 12월보다 20% 저렴한 상태이며 현지 인플레이션 감소법(IRA) 시행에 따라 지급되는 보조금을 더하면 35% 할인된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
테슬라 브랜드 충성도 역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와즈오토(WardsAuto)가 조사한 브랜드별 고객 충성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BMW 전체 고객의 7.5%가 테슬라로 옮겨갔다. 이는 전년(6.8%) 대비 0.7% 증가한 수치이다. 렉서스는 전년(5.8%) 대비 1.4% 높아진 7.2%, 벤츠는 전년(7.8%) 대비 1.1% 상승한 8.9%를 기록했다. 브랜드 충성도는 특정 차량을 소유한 고객이 동일한 브랜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나타낸다.
랜드로버의 경우 기존 고객들의 4.8%가 테슬라 전기차 구매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6.1%)보다 1.3% 줄어든 수치이지만, 이미 대부분 수요가 옮겨간 것으로 와즈오토는 분석했다. 럭셔리 브랜드 통틀어 올해 들어 4월까지 4개월 동안 동일한 브랜드를 구매한 고객들은 절반도 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된 반면 테슬라 브랜드 충성도는 68%로 나타났다. 테슬라 전기차 구매 고객 과반이 테슬라 전기차 재구매 희망 의사를 밝힌 것이다.
업계는 IRA 시행으로 로컬 브랜드 전기차 판매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어 당분간 테슬라 전기차 모델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2020년 모델Y를 출시한 이후로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하지 않았음에도 기존 레거시 브랜드 고객들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며 “테슬라의 영향력이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은 계속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