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술’ 소주 가격이 2년 연속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소주의 핵심 주원료 주정값과 병뚜껑 가격이 오른데 이어 올해는 빈병 가격이 인상되는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고물가로 인한 민생 경제 어려움을 덜기 위해 주요 식품업체를 대상으로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한 상황이다. 하지만 제조원가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병값이 오를 경우 소줏값 인상은 불가피하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소주병을 제조하는 제병업체들은 지난해말 소주업체에 병값 인상 계획을 통보했고 최근 병당 40원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이 적용될 경우 공용병인 녹색병 기준 현재 180원에서 220원으로 오른다. 인상률은 22.22%다. 병 제작에 사용하는 원부자잿값 급등에 따라 당초 50원 인상안도 거론 됐으나 인상폭을 최소화 하는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푸른병을 사용하는 하이트진로의 ‘진로’, 투명병을 사용하는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 등은 녹색병 보다 소폭 높은 금액이다. 이들 이형병 역시 이번 인상에 함께 가격이 오른다.
병값 인상 시기는 현재 미정이다. 제병업체들은 설 연휴 이후 일정 기일을 정해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지만 1분기 내에는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제조사별 소주가 진열돼 있다. 2022.2.2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
제병업체의 병값 인상 이후 소주업체 역시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 소줏값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주병은 병당 7~8번을 재사용하지만 소주 제조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병 제조원가가 올라 이를 모두 감내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원가가 오를 경우 출고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세금도 함께 올라 소줏값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 병값 인상분과 각종 물가 상승률이 더해질 경우 소주 출고가는 현재 1166원에서 1200원을 넘어 1300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소주 출고가는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됐지만 가격 민감도가 높고 세금 비율이 높아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업체들에 가격 인상 자제를 직접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8차례에 이어 올해도 이미 한차례 당부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제조사별 소주가 진열돼 있다. 2022.2.2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
소주업체는 인상폭을 최소화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주정값과 병뚜껑 가격이 각각 7.8%, 16% 오를 당시에도 소주업체는 이를 일부 흡수해 7~8%만 반영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주정과 병뚜껑 가격에 이어 올해 병값 마저 올라 소주업체들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인상폭과 시기를 두고 눈치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