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업계 1·2위 업체가 소줏값을 당분간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부 서울과 수도권 지역 식당에서는 벌써 ‘1병에 6000원’ 소주가 등장했다.
일각에선 소주 출고가 인상 폭 대비 식당 판매가가 너무 많이 오른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전기세와 난방비를 비롯한 여러 비용이 오른 상황에서 소주 판매가는 자영업자의 고유 권한이라는 주장도 나오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참이슬’이 처음 출시된 1998년 당시 출고가는 510원이었다. 현재 출고가는 1166원으로 24년간 656원가량 인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2006년 출시된 ‘처음처럼’의 경우 당시 출고가는 730원으로 책정됐다. 당시 참이슬의 출고가는 800원이었다. 처음처럼의 현재 출고가는 1162.7원으로, 17년 동안 432.7원 인상됐다.
두 제품의 출고가를 보면 2006년부터 17년 동안 참이슬은 45.8%, 처음처럼은 59.3% 오른 것이다.
그 사이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줏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2000년대 대부분 식당에서 소주는 1병에 3000원 수준이었다. 종로와 건대입구역 일대에선 2500원에 판매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대 들어서도 3000원대를 유지하던 소줏값은 이젠 5000원으로 올랐다.
소주 출고가 인상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소주를 1병에 6000원에 판매하는 식당도 하나둘씩 보이고 있다. 소주업체들이 17년간 올린 출고가는 40~50% 수준이지만, 식당에서 파는 가격은 100% 이상 오른 셈이다.
최근 종로구의 한 일본식 술집에 다녀온 김모씨(30·남)는 “‘미쳤다’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예약까지 해둔 상태라 나갈 수도 없어서 일행들이 모두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며 “안줏값보다 술값이 더 나와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식당 판매가는 자영업자의 권한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원재료는 물론 전기세와 난방비 등이 모두 오른 현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익명을 요구한 자영업자 A씨는 “난방비와 전기세부터 반찬값까지 안 오른 게 없는데, 반찬을 뺄 순 없지 않느냐”며 “술값이라도 올려야 마진이 남는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