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으로 사망한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투병 중에도 엄격한 과일 식습관을 고집했다는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국내 매체에서 잡스의 투병 당시 건강 상태가 소개된 데 이어, 그가 생전 고집했던 극단적 식습관이 치료 예후를 악화시켰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KBS 2TV ‘셀럽병사의 비밀’에서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잡스는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을 때 이미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을 앓고 있었다”며 “췌장암과 유사하지만 성장 속도가 느리고 5년 생존율이 높은 종양임에도, 그는 초기 발견 후 수술 대신 극단적인 식단 요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내분비 세포에서 발생하는 희귀한 종양으로, 5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나타날 정도로 일반적인 췌장선암보다 치료 예후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잡스는 요로결석 검사에서 우연히 종양을 확인한 뒤에도 채소·과일 위주의 식단, 단식, 장세척 등 비의학적 치료를 고집했다.
“균형 잡힌 식습관 선택했다면 완치 가능성 충분”
외신에서도 잡스의 식습관이 반복적으로 문제로 지적돼 왔다. 미국 ‘Psychology Today’는 잡스가 진단 직후 과일·주스 중심의 극단적 극단적인 ‘프루테리언'(fruitarian) 식단을 고수했다고 전하며, 전문 영양학자의 말을 인용 “이러한 식단은 단백질·지방·비타민 B12 등 필수 영양소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암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매체는 또 과일주스에 들어 있는 높은 과당이 간·췌장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일부 연구에서 암세포의 성장 과정에 이같은 성분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일·주스 위주의 극단적 식단이 ‘암세포에 밥을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한다. 영양 전문가 제닌 밀스는 CNBC 인터뷰에서, 과일만 먹는 식단은 필수 영양소 결핍과 특정 영양소 과다 섭취를 동시에 불러올 수 있어 암 환자에게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프루테리언’ 스티브 잡스의 극단적 식단에 대해 수차례 조명했던 미국 매체 ‘인번스’는 “잡스가 특정 과일 또는 과일주스만 길게 섭취하는 습관을 반복했고, 의사들의 권고보다 식이요법과 단식에 의존했다”고 지적하며 “잡스가 장기간 과일주스만 마신 까닭에 영양 불균형을 심화시켜 면역·치료 회복력에 악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이낙준 전문의는 “잡스가 수술을 9개월이나 늦춘 바람에 종양이 이미 간으로 전이된 상태였다”며 “단식 후 느끼는 가벼운 행복감은 케톤체 증가로 인한 착각일 뿐, 치료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암 환자는 단식이나 극단적인 식단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잡스가 조기 치료와 균형 잡힌 식습관을 선택했다면 완치 또는 장기 생존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입을 모은다. 췌장 신경내분비종양 췌장암과 비교해 예후가 훨씬 좋은 종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잡스는 진단 후 ‘과일주스 단식’, ‘장세척’ 등 대체요법을 선택했고, 결국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됐다. 2011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는 결국 5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