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 마닐라로 가려던 항공기에서 10일 권총 실탄 2발이 발견돼 승객 218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003490) 승무원이 실탄을 승객에게서 전달받고도 이를 금속으로 된 쓰레기로 생각해 경찰이나 공항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신고가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7시45분쯤 필리핀 마닐라로 출발 예정이던 대한항공 KE621편에 탑승한 승객은 53G 좌석 밑에서 9㎜ 권총탄 2발을 발견한 뒤 승무원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승무원은 실탄을 전달받고도 경찰 등에 신고하지 않았다. 쓰레기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해당 승무원은 실탄 2발을 공항과 항공기를 잇는 다리 모양의 통로인 탑승교 조작판에 두고 항공기 문을 닫았다. 문제가 없다고 보고를 받은 항공기 조종사는 해상 항공기를 활주로까지 이동시켰다.
실탄을 발견한 사람은 탑승교를 담당하는 직원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8시 2분쯤 탑승교 조작판에 놓여져 있던 실탄 2발을 발견해 인천공항 대테러상황실(TCC)에 신고했다. 해당 항공기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했다가 터미널로 되돌아 왔다.
문제는 대한항공 승무원의 항공보안조치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실탄을 쓰레기로 착각한 승무원은 실탄 2발을 1시간이나 방치해두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의 미숙한 대응으로 인해 승객의 최초 발견 이후 1시간 가량 시간이 지연되면서 실탄 반입 조사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해당 항공기 모든 좌석과 화장실 등을 점검했으며, 승무원 12명, 승객 218명 등 230명 모두 보안검색을 받은 뒤 4시간여 만에 필리핀으로 떠났다.
실탄 2발은 9㎜ 권총탄으로 체코에서 생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해당 항공기가 베트남 다낭에서 출발해 전날(9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을 확인했다. 또 이 항공기는 미주행이 아니여서 ‘2차 검색'(비행기내 검색)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항공측은 해당 항공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10일 오전 6시 항공기 기내청소를 진행했고, 오전 7시 승객들이 탑승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승무원이 실탄 2발을 승객에게 전달받고 ‘금속 쓰레기’로 오해해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항공기 청소 당시 실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항공기와 승객에 대한 보안검색을 한 결과 테러 혐의점 등 특이사항 없음을 확인했다”며 “공항운영자 및 항공사의 기내 보안점검 미흡 또는 보안검색 실패가 확인될 경우 규정에 따라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