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제주 산간지방을 제외한 전국 99% 지역이 체감온도 32도를 넘으며 폭염특보가 발령됐지만 이 정도 더위는 미국 남부 지방에는 명함도 못 내밀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은 애리조나주(州) 피닉스는 낮 최고기온이 108도(섭씨 42.2도)를 보이면서 “더위가 한풀 꺾여 주민 수백만명이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31일 연속 화씨 110도(섭씨 43.3도) 이상을 기록해 역대 최장 폭염 기록을 매일 경신했다. 1974년 세운 ’18일 연속 화씨 110도 이상’ 기록이 종전 최장 기록이었는데, 이를 훌쩍 넘는 신기록 대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낮 동안 지표면이 불판처럼 달궈진 탓에 밤에도 무더위는 계속됐다. 7월 피닉스 밤 최저기온은 16일 연속 화씨 90도(섭씨 32도) 이상을 기록했다.
쾌적한 숙면을 위해선 밤 기온이 최소 25도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 한국 기상청이 열대야 기준으로 25도를 잡는 이유다. 이보다 8도 이상 높은 극심한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서 피닉스 주민들은 한달 내내 밤잠을 설쳐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닉스에서는 수주 동안, 뜨거워진 포장도로에 화상을 입거나 더위를 먹고 쓰러진 환자들은 병원을 가득 메웠다. 올 들어 온열질환으로 지금까지 25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달간 피닉스 소방에 접수된 온열질환 신고는 1000건에 달했다. 지난해 425명이 더위로 숨져 영안실 부족 사태를 경험한 당국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냉장 컨테이너 10대를 동원했다.
24일(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노숙자 캠프 ‘더 존(The Zone)’에서 한 노숙자가 직사광선을 막기 위해 텐트를 손질하고 있다. 피닉스 시는 25일 연속 화씨 110도(섭씨 43도) 이상의 폭염을 겪고 있다. 2023.07.24/ © AFP=뉴스1 © News1 윤주영 기자 |
피닉스 일대 450만 주민을 책임지는 마리코파 카운티는 추가적인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약 계층 관리에 돌입했다. 학교와 도서관을 쿨링존으로 지정해 냉방기기를 가동하고 운동부 연습시간을 해가 진 이후로 조정했다. 하굣길 스쿨버스 고장 사태에 대비해 여분의 버스도 확충했다.
그러나 피닉스 노숙자 1만명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닉스 시내 유일한 노숙인 쉼터 ‘저스타 센터’는 냉방기기와 샤워시설을 갖췄지만 수용인원이 300명에 불과하다. 지난 6년간 피닉스 노숙인은 70% 넘게 증가해 이들을 돌볼 만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노숙인 짐 워크맨(58)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뜨거운 콘크리트에 화상을 입지 않으려면 하루에 4시간밖에 자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최근 피닉스 시내 아스팔트 온도는 화씨 180도(섭씨 82도)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온열질환 사망자 중 노숙인은 178명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보인 이유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체온이 화씨 103도(섭씨 39도)를 넘기면 열사병이 발생하고, 체온 조절 능력이 급격히 악화해 10분 이내 화씨 106도(섭씨 41도)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응급 조치를 받지 못하면 사망하게 된다.
한편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오는 3일 피닉스 낮 최고기온이 화씨 110도를 회복하고 오는 주말에는 화씨 113도(섭씨 45도)까지 치솟는 등 당분간 살인적인 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