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가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 주변에 사는 1만여 가구에 대한 퇴거 조처에 나선 캄보디아 정부에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3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밍유하 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국장은 “이는 자진 퇴거로 위장한 대규모 강제퇴거다”라며 “캄보디아 당국은 수천 가구를 빈곤에 빠뜨릴 수 있는 이 위험한 퇴거 명령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앙코르와트를 방문하는 연간 200만 이상 관광객들을 상대로 그림이나 음식을 팔며 생업을 이어갔다. 당국은 주민들을 앙코르와트에서 약 25㎞ 떨어진 기존에 논으로 사용되던 부지로 옮길 방침이다.
이주하는 가구는 약 600㎡의 땅과 정착 지원금 350달러(약 45만원), 건축 자재, 복지 카드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온 주민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근의 한 마을에서 군인들이 퇴거 명령을 집행 중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앙코르와트 보존을 위해 인근 주민 1만여 가구 퇴거 조처에 나섰다.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
앙코르와트 인근에서 전통의상 대여소를 운영하는 훈 첸다(33)는 영국 가디언에 “모든 것을 팔고 여기에 가게를 차렸는데 하루아침에 없어지게 생겼다”고 푸념했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7년간 그림을 그려 팔던 찬 비쳇은 알자지라에 “퇴거 명령을 듣고 나서 그저 멍하기만 했다”며 “가족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데 자신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캄보디아 정부는 이에 단호한 입장이다. 앙코르 유적 보존·관리를 전담하는 정부 기구 압사라청(APSARA National Authority)의 롱 코살 대변인은 “그들(주민들)은 이곳에 불법 거주 중이며 정부는 그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앙코르와트는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박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네스코는 AFP에 지난 2008년 앙코르와트 인근의 개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면서도 “주민 퇴거를 요구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앙코르 유적지는 9세기부터 14세기까지 이어진 크메르 제국의 수도로, 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근의 한 마을에서 군인들이 퇴거 명령을 집행 중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앙코르와트 보존을 위해 인근 주민 1만여 가구 퇴거 조처에 나섰다.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