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흑인 경찰관 5명이 흑인 운전자를 집단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을 두고 경찰을 향한 발발 시위가 LA와 뉴욕 등 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30일 미 CNN 등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귀가 중이던 흑인 남성 타이어 니컬스(29)가 흑인 경찰관들에 의해 잔혹하게 폭행당하는 영상이 공개, 결국 니컬스가 숨지면서 뉴욕과 애틀랜타, 보스턴, 볼티모어,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포틀랜드 등 주요 도시들에서 규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비무장 상태였던 니컬스에 경찰관들은 가혹하게 발길질을 한 것은 물론, 진압봉을 휘두르고 최루 스프레이 등을 뿌리며 폭행했다.
니컬스가 바닥에 쓰러지며 “엄마, 엄마”를 부르짖는데도 불구하고 경찰관들은 쓰러진 그를 향해 엎드리라고 소리치며 테이저건을 쏘겠다고 거듭 위협을 가했다.
공포와 혼란을 느낀 니컬스는 쓰러진 후에도 계속 폭행을 당하자 “난 (이미) 바닥에 있다”고 항변하며 일어나 달아나려다 더 심하게 맞았고 이후 중태에 빠진 그는 결국 사흘 뒤 신부전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유족 측은 경찰관들은 전혀 니컬스를 보호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니컬스의 어머니는 그가 심하게 구타당한 뒤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을 봤을 때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니컬스가 4살 아들을 둔 아버지였으며 자신에겐 착하고 가정적인 아들이었다고 슬퍼했다. 그러면서 “경찰들은 흑인 사회에 수치심을 줬다”고 비판했다.
니컬스의 사망 이후 폭행에 가담했던 해당 경찰관 5명은 2급 살인(우발적 살인) 및 납치 등의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니컬스의 유족 측 변호사 안토니오 로마누치도 “이 청년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며 “한 명, 두 명도 아닌 경찰 5명이 협심해 니컬스에 해를 가했고 자유와 헌법적 가치를 억압했고 이는 살인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경찰의 시민 폭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지난 7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교통 단속 중인 경찰관 5명이 흑인 운전자 타이어 니콜스(29)를 구타해 숨지게 한 영상이 최근 공개돼 공분을 샀다. 2023.1.2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
◇ 폭행 경찰관 소속 특수부대 해체…’경찰 개혁’ 요구 목소리 높아져
아울러 이들이 소속됐던 ‘스콜피온(전갈)’ 특수부대는 해체됐다. 2021년 10월 결성된 스콜피온 부대는 경찰관 30여 명이 배속돼 강력범죄 대응 치안 임무를 수행해왔던 부대다.
세를린 데이비스 멤피스 경찰서장은 니컬스를 집단으로 구타한 경찰관 5명이 소속됐던 ‘스콜피온’ 특수부대를 해체하겠다고 밝혔고, 유족 측은 이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찰관 행동은 악랄하고 폭력적이며 비인간적이었다”고 했다. 니콜스가 난폭 운전을 했다는 혐의를 입증하는 보디캠 영상은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부대는 범죄 다발 구역에 집중하기 위해 결성된 이른바 ‘우리 동네 평화 회복 거리 범죄 소탕 작전’ 부대로, 일각에선 이런 전문화된 경찰 특수부대가 폭력을 쉽게 저지른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특수부대 해산만으로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패트리스 로빈슨 시의회 의원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부대 해산은 기관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 사회의 치안 보호를 위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가 해산된 건 안타깝다면서, 어떠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경찰의 시민 폭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지난 7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교통 단속 중인 경찰관 5명이 흑인 운전자 타이어 니콜스(29)를 구타해 숨지게 한 영상이 최근 공개돼 공분을 샀다. 2023.1.2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
◇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에도 변화 부족했다는 지적 제기
이번 니컬스의 사망으로 인해 미국 사회에선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앞다투어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24년 차기 대전에 도선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니컬스 사망에 대해 “끔찍하다”며 절대로 발생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딕 더빈 상원 법사위원장은 경찰 개혁을 위한 노력을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 체계와 법 집행 체계는 대대적인 정밀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도 니컬스의 죽음에 대해 ‘공권력 남용 사례’로 규정하며 하원에서도 타당한 조치를 살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니컬스의 죽음을 불러온 구타가 담긴 끔찍한 영상을 보고 격분했으며, 깊은 고통을 느꼈다”며 추모했다. 그는 “이 영상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정당하다”면서도 “정의를 추구하는 이들은 폭력이나 파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평화 시위를 기원했다.
니컬스의 죽음으로 경찰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역에서 확산하자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2020년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해 전국적인 항의 시위가 발생해 개혁의 움직임이 일었지만 변화가 없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경찰의 시민 폭행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시민이 ‘경찰 테러 끝장내자’란 손 팻말을 머리 위로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교통 단속을 하던 경찰관 5명이 흑인 운전자 타이어 니콜스(29)를 구타해 숨지게 한 영상이 최근 공개돼 공분을 샀다. 2023.1.2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