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이상 인류를 위협해 온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완전 억제에 한 발 다가섰다. 국제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2024년 올해의 혁신’으로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예방 성분 ‘레나카파비르'(lenacapavir)를 선정했다.
28일 과학계에 따르면 레나카파비르는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사가 개발한 ‘HIV-1’ 억제제로 연 2회 피하주사제 투입만으로 HIV-1 감염을 99.9% 막을 수 있다.
HIV-1은 가장 흔한 HIV 유형으로 전체 HIV 감염의 약 95%를 차지한다. HIV는 인체 면역 체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다. 에이즈는 HIV 감염으로 인해 면역 체계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를 말한다.
이 약물은 아프리카 여성과 소녀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100% 예방 효과를 보였다. 이후 4개 대륙에서 진행된 후속 시험에서도 99.9% 효능을 보고했다.
기존 HIV-1 예방제는 매일 복용 또는 2개월마다 피하주사를 맞아야 했다.
반면 레나카파비르는 1년에 2번 투여받으면 HIV-1 감염을 막을 수 있어 편의성과 환자 순응도가 크게 개선됐다.
길리어드사 연구원들은 HIV-1 바이러스의 캡시드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고 작용 기전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캡시드 단백질은 바이러스 유전 물질 전달에 관여하는데 레나카파비르는 캡시드 단백질을 단단하게 만들어 바이러스 복제를 차단한다.
기존 HIV 예방제가 바이러스 효소를 공격하는 방식이라면, 레나카파비르는 바이러스의 구조 자체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HIV 예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렌카를 전 세계 곳곳에 보급하려면 합리적인 가격 책정 및 복제약 제조·출시 계약 체결, HIV 감염 취약 국가의 보건 인프라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사이언스지는 “HIV·에이즈 연구자들이 레나카파비르라는 약물을 노출 전 예방요법(PrEP)에 활용한다면 앞으로 전 세계의 HIV·에이즈 감염률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에이즈는 1981년 첫 보고 이후 423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 최악의 전염병 중 하나다.
UNAIDS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에이즈 관련 질병에 따른 사망자 수는 약 63만 명으로 2004년 210만 명 대비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치명적인 질병으로 매년 100만 명 이상 HIV에 감염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