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남부 텍사스에 뉴타운을 건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의도 땅 5배에 육박하는 면적으로, 계열사 임직원 사택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머스크가 텍사스주 오스틴 인근 배스트롭 카운티에 규모 3500에이커(약 14.1㎢)에 달하는 마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토지등기부등본과 내부 소식통을 근거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을은 터널 벤처기업 ‘보링’과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 제조시설에서 약 50㎞ 정도 떨어져 있다. 모듈식 주택과 수영장, 야외 스포츠 시설, 실내 체육관이 들어선 조감도가 페이스북을 통해 유출됐다.
머스크는 지역 부동산업자들에게 이곳을 오스틴 지역 계열사 임직원들이 정주할 ‘유토피아’라고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자들은 마을 이름으로는 ‘스네일브룩’이 유력하며 보링 관계자들이 이미 배스트롭 카운티의 행정구역 재설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WSJ에 전했다.
스네일브룩은 머스크가 보링 임직원들에게 ‘달팽이보다 빨리 움직이는’ 터널착공 기계를 개발해달라며 붙인 회사 별명이다. 지난해 머스크 최측근인 스티브 대비스 보링 대표는 전직원 회의에서 시장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귀띔한 바 있다.
다만 배스트롭 카운티는 머스크나 그의 계열사로부터 행정구역 변경과 관련된 신청서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텍사스 주법에 따르면 마을 설립을 신청하고 카운티 판사의 최종 승인을 받으려면 적어도 201명의 거주자가 필요하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스네일브록에 완공될 사택은 월 임대료가 방 3칸에 800달러(약 105만원)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배스트롭 일대 중위 임대료는 2200달러로 주변 시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마을이 개발된다는 소식에 배스트롭 카운티 주민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공무원 아데나 루이스는 마을에 신축 주택이 절실했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프로그래머 채프 앰브로스는 사업이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다며 산업단지와 연계한 대규모 개발로 인한 지하수 오염을 우려했다.
한편 머스크가 고향 캘리포니아를 떠나 계열사 제조시설과 임직원 사택을 텍사스에 건설하는 이유로 WSJ는 텍사스 주정부의 강력한 세제혜택을 꼽았다. 텍사스는 캘리포니아와 달리 개인소득세와 법인세가 전혀 없다.
이에 머스크는 지난 2021년 스페이스X의 제조시설 부지로 텍사스 오스틴을 낙점했다.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 공장인 기가팩토리와 보링의 굴착기 시험 가동시설도 오스틴에 위치한다. 다만 테슬라 측은 지난달 캘리포니아 팔로알토를 계속해서 테슬라 본사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