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민국’이 흔들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한 때 ‘마블민국’이라 불릴 만큼 마블 영화의 인기가 높았던 국가다. ‘아이언맨'(2008)부터 시작해 ‘어벤져스'(2012) ‘토르: 다크 월드'(2013)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2014)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 등을 거쳐 ‘닥터 스트레인지'(2016)와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까지 수십편의 영화가 개봉해 인기를 끌었다.
마블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이다. 페이즈3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누적관객 1393만4592명(이하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을 동원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외국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이다. 천만을 넘긴 마블 영화도 무려 세 편이나 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함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1121만1880명)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1049만4499명) 등이다.
천만을 넘기지 않았더라도 페이즈3까지는 ‘마블 영화’라면 흥행은 따놓은 당상인 경우가 많았다. ‘아이언맨3′(2013, 994만8386명)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867만7249명)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 802만1064명)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 755만1990명) ‘스파이더맨: 홈 커밍'(2017, 725만8678명) ‘어벤져스'(2012, 707만4867명) 등의 작품들이 그랬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봉한 마블 영화들은 이전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어벤져스: 엔드 게임’으로 페이즈3가 막을 내린 후 MCU 영화들은 흥행 면에서는 다소 기세가 꺾인 듯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가장 가까운 예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다. 지난달 15일 개봉한 최신 마블 영화인 이 영화는 현재 누적관객수 145만7932명(2일 기준)을 기록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관객들의 관람 패턴을 감안 하더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그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개봉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2022)는 210만5834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이 174만868명, ‘이터널스'(2021)는 305만415명을 동원했다. 다만,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 588만4587명)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 755만1990명)은 예외적으로 성공을 거둔 작품들인데 두 영화는 ‘어벤져스’ 멤버인 닥터 스트레인지와 스파이더맨의 솔로 무비라는 점에서 페이즈3의 영향권 아래서 흥행을 이뤘다고 여겨도 무리가 없다.
이처럼 최근 나오는 마블 영화들이 극장가에서 예전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이유는 ‘지나치게 방대해진 세계관’이다. 그간 마블 영화의 성공 요인은 매력적인 캐릭터와 특유의 유머,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불리는 동일한 세계관에 있었다. 하지만 페이즈4가 시작된 후 10년간 관객들과 추억을 쌓아온 인기 캐릭터들이 빠지고 낯선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세계관이 지나치게 확장돼 내용을 따라잡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한 영화 관계자는 뉴스1 “디즈니+(플러스)가 들어오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MCU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 신작 뿐 아니라 새로 나오는 시리즈까지 봐야한다, 새로운 히어로들에게 아직 정을 붙이지 못한 상황에서 계속해서 확장되는 세계관에 계속 몰입을 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