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딸 김주애의 ‘후계자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김주애 역시 최고지도자 일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백마’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김주애의 백마는 지난 9일 북한이 세부 내용을 공개한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일(건군절) 열병식(8일 진행)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조선중앙TV는 군 열병식 녹화중계에서 열병 행렬 중 가장 먼저 등장한 ‘명예기병종대’를 소개하며 명예기병대의 사령관이 타고 있는 말 다음으로 행진하는 말을 가리켜 “사랑하는 자제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준마”라고 호명했다. ‘사랑하는 자제분’은 북한 매체들이 김주애를 호명하는 표현 중 하나다.
김주애의 백마가 열병식에 등장한 것은 그의 정치적 입지가 상당히 높은 것을 보여 주는 증거가 된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019년 10월과 12월 부인 리설주 여사, 동생 김여정 및 고위 간부들과 ‘백두산 군마행군’에 나서 ‘백두의 칼바람’을 뚫고 과거 김일성 주석 시대 항일선열들의 행적을 살피며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과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당시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로 비핵화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서 북한이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의 마지노선이 다가온 때이기도 했다. 이 백두산 군마행군에서 ‘어떤 결심’을 내린 김 총비서는 이듬해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협상장에서 철수했다.
북한은 기록영화를 통해 이 백두산 군마행군의 의미를 부각하며 국정의 핵심 결정을 내리는 최고지도자 및 핵심 측근들만이 백마를 탄 모습을 공개했는데, 이는 북한에서 백마가 가진 상징성을 보여 주는 모습이다.
때문에 앞선 열병식에서 김주애 개인 소유로 지목된 백마가 등장한 것은 그가 ‘국가의 사업’과 관련한 어떤 역할을 맡을 가능성을 상당히 높이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백두산 군마행군’에 사용된 말과 같은 품종인 ‘오를로프 투로터’ 말을 51마리 수입했다는 점과, 바로 다음 달인 12월에 김정은 총비서가 백두산 인근으로 역시 ‘혁명 성지’인 삼지연시를 비공개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점은 주목할 만하다. 김주애가 당시 김 총비서와 동행해 백두산에서 말을 타며 ‘정통성’을 부각하는 행보를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8일 진행한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일(건군절) 계기 열병식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딸 김주애를 위한 백마도 등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열병식 귀빈석에 자리한 김주애가 자신의 말이 등장하자 박수를 치는 장면.(조선중앙TV 갈무리)© 뉴스1 |
조선중앙TV는 김주애의 말을 가리켜 “백두 전구를 주름잡아 내달렸던 전설의 명마, 백두산 군마”라며 “사랑하는 자제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준마가 열병의 활기찬 흐름을 이끌어 간다”라고 말했다.
김주애의 말이 나올 때 중앙TV는 자신의 말을 보며 박수를 치는 김주애의 모습을 조명했고, 김정은 총비서가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옆에 선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멋있다”라고 말하는 모습도 노출했다.
김주애가 이번 열병식에서 주석단에 올라 아버지 옆에서 군의 열병을 지켜보자 지난해 11월 첫 등장 이후 잦아들었던 후계자설이 다시 재점화됐다. 그가 백두혈통 일가의 상징인 ‘백마’를 가지고 있고 북한이 이를 공개한 것 역시 ‘후계자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주애가 지난해 11월 북한의 ‘핵무력’의 최고 상징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뒤 군 관련 사안에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앞으로 북한의 ‘안보’를 챙기는 간부로 성장할 가능성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