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반사이익을 누리며 성장하고 있는 일본 관광산업에 ‘호재’ 중 하나로 여겨졌던 중국 대규모 관광객들의 유입(인바운드)이 거의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정작 중국의 대규모 관광객들의 유입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다.
9월 20일 일본 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8월 일본을 찾은 중국인의 수는 36.4만명으로, 100만명이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30~4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19년 8월 대비). 역대급을 향해 치닫고 있는 한국인과 미국인의 일본 관광객 숫자에 비해서 현저하게 낮은 수치이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요원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높아져 가는 중국의 ‘반일’ 감정
지난 8월 10일, 중국은 금지하던 일본의 자국민 단체여행을 약 3년 반 만에 해제했다. 한창 역대급 엔저도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많은 숫자의 중국인들이 일본으로 쏟아져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당연히 일본 관광산업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도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인해 중국 측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중국인 단체여행객들의 일본 유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19년에는 3188만 명의 관광객들이 일본을 방문했는데, 그중 30%가 중국 관광객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중국 내에서는 일본 단체관광 예약 취소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아사히신문은 중국 여행사들이 반일 감정을 의식해 최대한 고객들에게 일본 여행 상품을 소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외신에 따르면, 일본 여행상품을 다루는 중국 여행사 23곳 가운데 7개사는 오염수 방류 시작 직후 고객들의 예약 취소 요청이 잇따라 결국 해당 상품을 철회했다.
그런데 이런 중국인 대규모 관광객들의 수요 저조에 일본 관광업계 반응은 의외로 시큰둥하다. 대표적으로 호텔들이 중국인 관광객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가동률’ 중시에서 ‘객실 단가’ 중시 전략으로
현재 일본 호텔과 관광업은 가동률 중시에서 객실 단가 중시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호텔들은 그간 가동률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다소 단가를 낮춘다고 하더라도 객실을 판매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일본의 호텔들은 가동률보다는 보다 객실 단가를 올리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유는 명백하다.
현재 일본은 전무후무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객실 청소 및 조리 인력 부족이 매우 심각해서 코로나19 사태 이전만큼 가동을 유지할 수 없는 이유가 치명적이다. 객실을 많이 가동할 경우 린넨이나 편의용품 교체, 청소 등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이 필수적이지만, 객실 단가를 높이면 가동률이 떨어지는 대신 인력을 많이 늘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객층 변화도 이런 일본 관광과 숙박 산업의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급격하게 방문객들이 늘어나는 미국과 일본 여행객들은 대부분 개인 여행객들이 중심이기 때문에 호텔이나 숙박 업체에서 제시한 가격으로 여행하기 때문에 단체 여행객들보다 단가가 올라간다.
하지만 중국 여행객들은 단체 여행객들이기 때문에 대규모로 예약이 들어오고 가동률은 상승하지만, 객실 단가는 하락하게 된다. 결국 인력 부족이 심각한 현재, 굳이 객실 가동을 늘리고 단가를 낮추면서까지 중국인 단체 손님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일본 관광업의 속내다. 실제로 이런 효과는 즉각 나타나고 있다.
후지타 관광이 운영하는 1000실 이상 대형 호텔 ‘신주쿠 워싱턴 호텔’의 객실 단가와 가동률은 현재 코로나19 사태 이전 상황을 웃돌고 있다. 중국의 수요는 회복되지 않았지만, 미국과 한국의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객실 단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괜찮다’며 위안하는 일본 관광업, 끝까지 그럴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일본 관광산업의 입장이 계속해서 낙관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산업의 구조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전체적인 관광객들의 증가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올 4~6월 중국인 방일 관광객 1인당 여행 지출액은 33만8000엔이며 이는 36만엔을 기록한 영국에 이어 국가별 지출 순위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1인당 9만4205엔이다. 타국에 비해 숫자도 많고, 또 관광에 와서 사용하는 금액 또한 매우 크다.
더욱이 중국인 단체 여행객들은 가동률과 함께 객실 단가의 전반적인 상승도 부른다. 시장 전체 가동률이 높아지면 저렴하게 판매되는 객실은 적어지고, 객실 단가가 상승하는 이치다.
일본 관광청이 매달 발표하는 ‘숙박여행 통계조사’에 따르면, 2023년 7월 업계 전체 가동률은 57.8%로 2019년 7월 63.6%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많은 관광객들의 유입을 내다본 숙박업소의 신규 개업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 관련 플랫폼 사업을 하는 NOVARCA 하마노 도모나리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염수 문제로 중국 관광객들의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있으며, 2024년 2월경 월간 방일객은 50만~8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이는 코로나 이전의 80%가량이며, 만약 반일 감정이 누그러지고 중국 방일 관광객들이 회복된다면 인력 부족으로 인해 가동률을 높이지 않은 현재 체제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