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프 ‘전설’인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보유하고 있던 세계랭킹 최장기 1위 기록을 깬 고진영(28·솔레어). 공교롭게도 오초아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캐디와 함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고진영은 27일(한국시간) 발표된 롤렉스 여자 골프 세계랭킹에서 랭킹포인트 8.31점으로 지난주에 이어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로써 개인 누적 159주간 세계랭킹 1위를 기록하며 오초아(158주)를 넘어 이 부문 신기록을 세웠다.
오초아를 넘어섰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오초아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함께 여자 골프의 ‘전설’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인물 중 하나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8년만을 활동하고도 27승을 쓸어담았다.
이 전성기를 함께 한 캐디가 바로 현재 고진영의 캐디백을 메고 있는 브루커다. 브루커는 2006년 8월부터 2009년 6월까지 2년10개월 간 오초아와 호흡을 맞췄는데, 이 기간 오초아가 올린 승수는 21승에 달한다.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박지은 등과 함께 한 베테랑 캐디인 브루커는 고진영의 미국 무대 2년차인 2019년부터 고진영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고진영이 메이저 2승을 포함해 4승을 쓸어담았고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오초아에 이어 고진영까지 두 번의 대기록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브루커는 둘 모두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브루커는 “물리적으로 보면 오초아와 고진영의 플레이스타일은 정반대다. 오초아는 긴 비거리를 바탕으로 많은 이글을 만들어내고, 고진영은 꾸준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소렌스탐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적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나쁜 순간을 빨리 잊는 능력이 비슷하다”면서 “대회 마지막 날의 경쟁심, 현재에 집중하는 능력은 최고다. 다른 이들과 다른 ‘마법’같은 것이 있다. 내가 많은 코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고진영이 지난해 손목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의 대처도 매우 인상깊었다고 했다.
브루커는 “최고의 순간 은퇴한 오초아는 그다지 어려움을 많이 겪지 않았다”면서 “고진영은 지난해 부상과 같은 어려운 순간이 있었지만 1위 선수답게 역경을 처리했다. 오프시즌에 매일같이 시간을 투자하며 끈기있게 극복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오초아는 함께 활동한 소렌스탐이 동기부여가 됐다”면서 “고진영 역시 현재 랭킹 1위에 오를 수 있는 선수가 5명 이상인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연습하고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