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했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되고 세계 곳곳이 최악의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으로 일관하면서 기후위기를 막을 적기를 놓치고 있다.
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연합(EU)이 운영하는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위원회(C3S)는 올해 6월 1~11일 지구 평균 지표면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이상 높았다고 발표했다. 북반구 여름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수 온도도 4월과 5월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구 기온 상승세는 각국에서도 체감하는 중이다. 북미 일부 지역은 평년 기온을 10도가량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고 인도에서는 45도에 육박하는 더위에 지난달 1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은 역대 가장 무더운 6월을 보냈다. 스페인, 이란, 베트남에서도 이상 고온이 계속돼 살인적인 여름 날씨가 일상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협정을 체결하고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9% 증가하며 1900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에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이같은 목표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까지 최소 1년 동안 지구 연평균 기온 상승이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66%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사실 올해 지구 기온이 심상치 않다는 경고는 봄부터 이어졌다. 특히 해수 온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3월말 전 세계 해수면 온도는 이미 21도를 기록했고 4월과 5월 내내 연중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호주 기상청은 올해 엘리뇨의 영향으로 태평양과 인도양의 해수 온도가 오는 10월까지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해수 온도 상승이 악순환을 불러 지구 온도를 더욱 높인다고 경고했다. 기후학자인 안날리사 브라코 조지아대 교수는 “해수 기온이 높아지면 바람과 비가 줄어들어 더위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바다는 열이 천천히 축적되지만 같은 온도를 매우 오랫동안 유지하기 때문에 생태학적 영향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다. 그러나 COP28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 독일 본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각국 대표단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던 리슈오 그린피스 베이징 지부 수석 기후 고문은 “회담장 밖의 분위기와 매우 동떨어진 채 결론이 나와 매우 실망스러웠다”며 “우리는 진실의 순간에 도달하고 있다. 부디 이 진실이 사람들의 움직임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음 주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가 중국을 방문하지만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거란 비관론이 팽배하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1·2위를 기록한 만큼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야 마땅하지만 실상은 경제성장과 자국산업 보호를 우선해 왔기 때문이다.
리슈오 고문은 “이번 회담은 신뢰 구축 연습에 가깝다”면서 “상대방에게 더 많은 것(온실가스 감축 목표)을 말하도록 강요하기 쉽지 않다. 정치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