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를 차례로 방문하는 새해 첫 순방에 나선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스페인, 영국·미국·캐나다, 동남아에 이은 4번째 순방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 2년차를 맞아 외교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수출 전략을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이번 순방에는 국내 주요 그룹 총수를 비롯해 대·중소기업 100여개사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동행, ‘세일즈 외교’에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14~17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 초청으로 UAE를 국빈 방문한다. 양국 정상 간 상호 방문은 지금까지 14차례 있었지만, 우리 정상이 국빈 자격으로 UAE를 방문하는 것은 1980년 양국 수교 후 처음이다. UAE는 중동 국가 중 한국과 유일하게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다.
앞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올해 첫 순방국이자 중동지역 첫 방문지로 UAE를 선택한 것은 우리 외교의 초점을 경제 활성화와 수출 확대에 맞추고자 하는 윤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됐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형제의 나라인 UAE와 4대 핵심 분야인 원자력, 에너지, 투자, 방산에서 협력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순방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은 원전, 에너지, 방산, 기후변화, 우주, 보건의료, 스마트팜, 문화 컨텐츠 등 다방면에서 다수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고 정부는 UAE 국부펀드와도 협력 및 투자 방안을 논의한다. 윤 대통령은 한·UAE 비즈니스 포럼 등에도 참석해 투자를 독려하고, UAE에 주둔 중인 군사훈련협력단(아크 부대)를 찾아 격려한다.
가장 주목 받는 분야는 원전과 방산이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중동에서 한국의 입지를 다지고 확산하는 발판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한국과 UAE는 원전 협력은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출로 시작됐다. 1·2호기는 이미 준공돼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3호기도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탈원전 정책 폐기를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양국 원전 협력의 상징과도 같은 바라카 원전을 직접 방문, 양국 간 원전 협력 정상화 및 발전 방안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해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비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했고 폴란드, 체코, 튀르키예 등에도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UAE와의 원전 협력 강화가 중동을 넘어 우리나라 원전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중동에서의 K-방산 세일즈에도 시선이 쏠린다. 방산도 윤석열 정부가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혀온 분야다. 작년 방산 수출액은 137억달러로 연간 기준 사상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UAE와도 방산 협력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1월 1월 UAE와 35억달러 규모의 탄도미사일 요격체계 ‘천궁-Ⅱ'(M-SAM2)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달에는 UAE 현지에서 정상화 공군참모총장과 개발사 관계자가 참관한 가운데 천궁-Ⅱ의 첫 실사격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외에도 작년 12월 중순에는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이 UAE를 방문해 우리가 수출한 다연장로켓포 ‘천무'(K-239) 운용 현장 등을 둘러봤다. 지난달에는 UAE군 방산업계 관계자들이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실시된 무기체계 시연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UAE는 천궁-Ⅱ와 천무, ‘한국형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등 주 로 국산 유도·방어무기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순방 중 관련 MOU가 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UAE 간에 단순한 경제 관계를 뛰어넘어 방산 관련한 안보 내지 군사협력 분위기가 대단히 무르익고 있다”며 “구체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고 현지에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환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UAE에서 일정을 마무리한 윤 대통령은 17일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해 스위스로 이동한다. 다보스포럼은 주요 정상, 학계 석학, 시민사회 리더 등이 모여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을 주제로 열린다. 윤 대통령은 19일 다보스포럼 특별 연설을 통해 공급망 강화, 청정에너지 전환, 디지털 질서 구현을 위한 국제 협력과 연대의 길을 제시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한국의 역할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주요 정상들과의 즉석 회동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다보스포럼 참석에 앞서 18일에는 국내외 주요기업 CEO(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이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과 인텔, IBM, 퀄컴, JP모건, 소니, 무바달라 등 글로벌 기업의 CEO들이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주요 CEO들과 오찬을 하며 정부의 민간 시장 중심의 경제정책 방향을 소고하고 한국의 투자 협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은 스위스 취리히에서 현지 동포 간담회(17일),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한 ‘한국인의 밤’ 행사(18일),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 방문(19일) 등의 일정도 소화한 뒤 20일 귀국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