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몰려드는 이민자들에 대한 반발 정서로 유럽에서 극우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줄어드는 인구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의 해결책으로 폭넓은 이민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범죄율 증가와 주거비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최근 네덜란드에서 이민정책으로 인한 갈등으로 연립정권이 해체된 것을 언급하며 반이민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전날(7일) 이민자 제한에 대한 정당 간 갈등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네덜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난민 유입이 지난해 4만6000명으로 크게 늘었으며 올해 7만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뤼터 총리가 속한 보수 성향의 자유민주당(VVD)은 네덜란드로 망명(이민)을 신청한 가족 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야당은 가족을 해체할 수 없다고 반대했고 결국 연정이 분열됐다.
유럽 다른 나라들에서도 네덜란드와 같이 이민 반대를 내건 정당들이 세를 불리고 있다. 2015년 시리아 난민 사태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극우 정당들은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대처한 기성정치에 밀려났는데 이민자가 다시 급증해 재도약을 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아파스주(州) 치아파 데 코르조 검문소에서 군인들이 미국으로 이송된 트랙터에서 이주민들이 하차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이탈리아와 핀란드에서는 이미 극우 정권이 들어섰으며 스웨덴에서도 극우 정당이 지난 9월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켜 원내 2정당에 등극했다.
스페인에서도 중도우파 국민당이 극우 야당 복스(Vox)와 연합을 꾸려 지방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뒀고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권은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해 튀르키예 국경에 수십 ㎞의 장벽을 설치했다.
이처럼 유럽에 극우 바람이 분 데에는 이민자 폭증 현상이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WSJ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약 500만명이 부유한 국가로 이주했으며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80% 증가한 수치다.
NYT는 이같은 극우 바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불안감과 급증한 망명 신청자 수, 유럽연합(EU) 국경에서 벌어진 이민자들의 비극 등의 배경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또 노동력 부족 문제로 유럽 국가들은 앞다퉈 이주민 유치에 나섰지만 주택 위기와 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반발 정서가 확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은 미국의 한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도시 인구의 1%에 해당하는 이민자가 유입되면 평균 임대료와 주택 가격이 약 1%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현재 노동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독일과 스페인, 한국, 일본도 이민자들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해 왔지만 대중의 반대로 이를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WSJ은 진단했다.
영국 이주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앨런 매닝 교수는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로비를 하고 대중들이 반대하는 자유로운 이민 정책이 나오면 이를 억제하려는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순환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해안에서 선박이 침몰한 후 구조된 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2023.02.26/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