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체포영장 집행에 관해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제가 이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공수처가 있는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기 전 영상으로 공개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영상에서 노타이 차림에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며 2분 48초 동안 담화를 이어갔다.
앞서 공수처와 경찰이 참여하는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이날 공지를 통해 “금일 10시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사태 44일, 공수처가 이첩요청권을 행사해 사건을 넘겨받은 지 4주 만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묵비권을 행사할 전망이라 조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이번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우리 국민 여러분들께서 앞으로 이러한 형사 사건을 겪게 될 때 이런 일이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국민 여러분께서 그동안,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를 마치며 “국민 여러분,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힘내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