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최대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논의가 이번 주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한일 외교당국이 이번 주 차관과 장관회담을 잇달아 열어 양국 간 쟁점을 최종 조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참석을 계기로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의 한일외교차관회담에 임할 계획이다. 이번 한일외교차관회담에선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비롯한 양국 간 주요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양국은 이번 외교차관회담에 이어 오는 17~19일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기간 중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 간의 한일외교장관회담 개최도 조율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작년 5월 출범 이후 한일관계 개선에 주력하면서 특히 양국 간 최대 갈등현안인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마련에 속도를 내왔다. 외교부는 작년 7~9월 강제동원 피해자 측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가동하면서 관련 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일본 측과도 국장급 실무협의를 진행하며 그 해법을 논의해왔다.
현재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둘러싼 한일 간 핵심 쟁점은 피해자 측이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일본의 진정성 사죄와 △일본 전범기업(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의 배상 참여 여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지난달 12일 공개토론회에서 2018년 우리 대법원으로부터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 전범기업들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되, 그 재원은 한일 양국 기업 등이 충당하는 이른바 ‘제3자 변제’안(案)을 공식화하고 그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그간 “강제동원 피해배상 등의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측에 제공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해결됐다”며 우리 대법원의 관련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단 입장을 밝혀왔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제3자 변제’안이란 나름의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피해자 측이 제시한 2개 조건 가운데 일본의 ‘사죄’와 관련해선 일단 일본 정부가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언급한 1998년 ‘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 등을 ‘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에서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제동원 해법의 다른 쟁점인 ‘배상’ 방식에 관해선 일본 측이 그간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 2개 기업의 직접 참여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져 추가 조율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양국이 그동안의 국장급 실무협의에 이어 차관회담 및 장관회담 개최에 나선 건 이들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선 ‘고위급 협의’가 필요하단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한일외교차관회담과 장관회담에서 양측이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에 관한 이견을 최종 조율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르면 이달 중에라도 정부의 최종안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사죄·배상에 관한 강제동원 피해자 측 요구를 최종안에 최대한 반영토록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