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Interpreter please.” 미국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가장 먼저 외워야 할 문장이다. 낯선 땅에서 벌어진 교통사고는 언어의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당사자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대처 방법을 미리 알아두면 불안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미국은 자동차 중심 사회다. 대중교통이 발달한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운전은 생존의 필수 요소다. 넓은 국토와 도시 간 거리는 운전의 개념 자체를 다르게 만든다. 한국에서 2시간 운전이면 장거리로 여겨지지만, 미국에서는 일상적인 거리에 불과하다. 이처럼 다른 운전 환경은 사고 발생 시의 대처 방식도 크게 다르게 만든다.
미국의 교통사고 처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 이다. 911 신고를 통한 경찰 출동, 현장 사진 촬영, 상대방의 면허증과 보험증 확인 등 모든 과정이 철저한 기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경찰의 사고보고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국처럼 보험사 간 협상이나 과실조정위원회를 통한 해결보다는, 경찰의 현장 판단이 사고 처리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의 자동차 보험 시스템이다. 한국의 보험제도와 달리, 미국에서는 사고 당사자의 건강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 보험이 치료비를 보장한다. 이는 의료비가 높은 미국 사회에서 중요한 안전망 역할을 한다. 심지어 뺑소니나 무보험 차량에 의한 사고도 피해자의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사고 후 즉각적인 병원 검진과 증상 기록이 중요하다. 며칠 뒤에 나타나는 후유증도 초기 검진 기록이 있어야 보상받기 쉽다. 또한 대시캠 설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바로 영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교통사고 처리 시스템은 철저히 기록과 증거 중심이다. 이는 다민족 사회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처리를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따라서 이민자들은 이러한 시스템의 특성을 이해하고, 사고 발생 시 감정적 대응보다는 절차에 따른 체계적 대응을 해야 한다.
결국 미국에서의 운전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새로운 사회 시스템에 대한 적응을 의미한다. 넓은 도로만큼이나 복잡한 법적, 행정적 절차를 이해하는 것이 안전한 운전의 시작이다. “Korean Interpreter please.” 라는 한 마디가 당신의 권리를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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