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연락하지 말고 우리끼리 해결하자.”
교통사고 현장에서 가해자가 건네는 이 말만큼 위험한 제안도 없다. 특히 영어가 서툰 한인 운전자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피해자는 보상은커녕 사고 자체를 입증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필자가 몇 년 전 겪은 테슬라 추돌사고가 전형적인 사례다. 가해자는 “겉보기에 큰 손상이 없다”며 경찰 신고를 만류했다. 하지만 블랙박스에는 충격 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911에 신고했기 때문에 사고 기록이 공식적으로 남았고, 그 덕분에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끼리 해결하자”고 말하는 운전자에게는 대개 숨겨진 사정이 있다.
사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우, 무면허·무보험이거나 체류 신분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경찰을 피하고 싶어 한다는 것.
그럼 현장에서 연락처만 교환하고 헤어지면 어떻게 될까?
경험상, 대부분 연락이 끊기거나, 연락이 닿아도 “네가 잘못했다”, “사고 난 적 없다”,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 오해했다”며 말을 바꾼다. 객관적인 사고 기록이 없으면 보험 처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많다.
해법은 단순하다. 무조건 911이다.
복잡한 영어는 필요 없다.
“Car accident” 그리고 위치만 말하면 된다.
영어가 정말 어렵다면,
“Korean interpreter” 라고 요청하면 통역 서비스를 연결해 준다.
경찰이 도착하면 사진과 동영상으로 상황을 설명하면 된다. 필요하면 영어 가능한 지인이나 변호사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도 된다. 중요한 건 단 하나, 공식 사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평균적으로 5년에 한 번꼴로 교통사고를 겪는다는 통계도 있다.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는 언제든 일어난다. 한국에서의 운전 경력이 아무리 길어도 미국 도로는 시스템이 다르다.
사고 현장에서의 5분 선택이, 앞으로 몇 달 혹은 몇 년의 고생을 좌우한다.
“우리끼리 해결하자”는 달콤한 제안에 넘어가는 순간, 피해자는 가해자가 된다.
그건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911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당신을 가장 확실하게 보호하는 안전장치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정당한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고 현장에서 가장 먼저 할 일: 911 신고.
이것 하나만 기억해도, 억울한 피해의 대부분은 막을 수 있다.
이종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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