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의 당선이 유력하다. 프라보워 장관의 당선으로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는 수십 명이 시위에 나섰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100명이 넘는 시위대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대통령궁 밖에 모여 ‘민주주의를 구하라’는 현수막을 펼치고 항의했다.
군부 엘리트 출신인 프라보워 장관은 32년간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한 수하르토 대통령의 전 사위로, 수하르토 정권 시절 코파수스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복무했다.
프라보워 장관은 군 복무 당시 민주화 운동가들이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정적을 납치하거나 고문하고, 파푸아와 동티모르에서 반군을 잔인하게 탄압하는 등 각종 인권침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특히 코파수스 특수부대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퇴진 시위가 한창이던 1998년에만 22명을 납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13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프라보워 장관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 의혹으로 20년간 미국 입국이 금지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중동 매체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1998년 납치를 인정하면서도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시위에 나선 것도 약 25년 전 실종된 이들의 가족들이다. 이들은 1998년 사건에 책임이 있는 장군들의 사진을 들고 시위에 나섰는데, 여기에는 프라보워 장관의 사진도 포함됐다.
아들 무난다르 시아한을 잃은 파이안 시아한(77)은 “프라보워가 대통령이 된다면 강제실종 사건을 해결해 피해자 가족인 우리가 평화를 누릴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마리아 카타리나 수마르시(71)는 AP통신에 “내 아들은 1998년 대학 캠퍼스에서 보안군에 총을 맞았다”며 프라보워 장관의 선거 승리를 비난했다.
프라보워 장관은 지난 14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득표율 약 59%로 선두를 차지했다. 통상 개표 완료까지는 최장 35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선 ‘퀵 카운트’를 통해 선거 결과를 예측한다.
공식 결과는 3월20일 이전에 발표될 예정이며, 새 대통령은 10월20일 취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