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노트북과 태블릿을 포함한 개인용 컴퓨터(PC)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한 지 하루 만에 3개월 유예 기간을 두기로 결정했다. 또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이 생산한 광섬유에 5년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인도 상무부 대외무역총국은 오는 10월 31일까지 PC 수입 제한 조치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무역국은 전날 외국산 PC의 인도 선적을 위해선 새로운 수입 면허가 필요하다고 고시한 뒤 즉각 시행에 들어갔지만 불과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한 것이다. 유예 조항을 신설한 이유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외신들은 즉각적인 수입 제한 조치가 공급 물량을 제한해 전체 PC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장 우려를 인도 정부가 받아들인 결과로 분석했다. 특히 시장에선 인도의 대표적인 쇼핑 시즌인 다왈리와 가을 신학기를 앞두고 PC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행정 절차를 준비할 틈도 없이 규제 조치를 단행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를 의식한 듯 인도 정부 관계자는 수입 면허 신청 절차는 기존 구상보다 간소화하고 있으며, 온라인 신청에서 최종 승인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이틀 이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수입 면허 정책이 애초에 PC 현지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이 다분한 만큼 발급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따져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날 라지브 찬드라세카르 인도 전자통신기술부 차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도 기술 생태계가 검증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만을 사용하도록 보장하기 위해선 수입 통제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시장 컨설팅 업체 포레스터리서치인디아의 아슈토쉬 샤르마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생산 연계 인센티브 제도가 인도 제조 업체에 주는 혜택이라면 새로운 수입제한 조치는 그렇지 않은 기업에 일종의 장애물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인도 PC 시장의 규모는 연간 80억달러(약 10조원)이며 이 중 3분의 2가 수입품으로 추산된다. PC를 포함한 인도 전자제품 수입액은 지난 2분기 197억달러(약 25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6.25% 증가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로이터는 수입 면허 제도가 시행될 경우 미국 PC업체 애플과 델, 한국의 삼성전자 등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 업체 캐널라이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 PC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3개 브랜드는 HP(25%), 레노버(15%), 델(12%)이며 삼성전자는 7.9%로 5위를 기록했다.
다만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일찌감치 인도로 이전한 상황이라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HP는 2021년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州)에서 노트북 생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도 인도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편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이날 재무부는 상무부 무역구제국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산 광섬유에 5년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해당 국가의 제품이 정상보다 낮은 가격으로 인도에 수출돼 자국 기업에 중대한 피해를 줬다는 게 상무부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