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채팅로봇(챗봇)을 이전과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AP 통신 기자를 히틀러에게 빗대며 인신공격을 퍼부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챗봇 ‘빙'(Bing)을 칭찬하면서다.
머스크의 적대적 언론관 때문에 기자를 깎아내린 AI챗봇에 대해 호의적 반응을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 포춘지는 머스크 CEO의 최근 트위터 게시글을 인용해 “AI에 비판적이던 그가 쌀쌀맞은 MS의 챗봇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며 “그가 사회적 기대에 부합하지 않은 용어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19일) 머스크 CEO는 미 정치 평론가 글렌 그린월드가 MS의 AI챗봇 빙에 대해 “점잖은 척하고 허세를 부리는 잔소리꾼인 ‘챗GPT’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매력적이고 현실적이면서 인간적이다”라고 평가한 트위터 게시글을 자신의 계정에 리트윗(공유)했다. 그러면서 머스크 CEO는 빙을 “근본 있는 AI”라고 치켜세웠다.
빙은 최근 MS가 AI챗봇 ‘챗GPT’를 활용해 새롭게 업그레이드한 대화형 검색엔진이다. 홈페이지 링크로 검색 결과를 알려주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상술해주는 형태로 진화했다. 이를 통해 질문과 답변이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러나 머스크 CEO와 그린월드가 빙에 대해 인간적이라고 평가한 날, 미 외신들은 일제히 빙이 내놓은 인신공격성 발언을 문제 삼았다. 19일 AP는 “빙이 자신의 실수에 대한 과거 뉴스 보도에 대해 불평하고 자신이 저지른 오류를 완강히 부인했으며, 자기 능력에 대해 허위 주장을 퍼뜨린 기자를 폭로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AP 기자가 빙에게 스스로에 관해 설명해달라고 하자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해갔고 기자를 독재자 히틀러, 폴포트, 스탈린에게 빗댔다”며 “기사를 쓴 기자의 키가 작다고 비난하거나 얼굴이 못생기고 나쁜 치열을 가졌다고 답했다”고 고발했다.
![]()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AP 통신 기자를 히틀러에게 빗대며 인신공격을 퍼부은 AI챗봇에 대해 ‘근본 AI’라며 칭찬했다. 2023.02.19. (트위터 갈무리) |
이처럼 빙이 기자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MS는 즉각 사과하고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다. ‘레딧'(Reddit) 등 미국 내 커뮤니티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빙의 발언에 대해 ‘소름 끼친다’ ‘겁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그린월드와 머스크 CEO는 빙을 챗GPT와 비교하면서 되려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빙과 달리 챗GPT는 답변 과정에서 인종이나 성별 등에 관한 차별적 표현을 삼가는 등 정치적 올바름(PC)을 잘 지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사용자들이 묻는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기 때문에 다소 따분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포춘지에 따르면 머스크 CEO가 AI챗봇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머스크 CEO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의 관계에 대해 2015년 자신이 오픈 AI를 공동 설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을 그어 왔다. 또한 최근 오픈AI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 MS를 향해서 ‘오픈AI를 통제하려 든다’고 비난했다.
포춘지는 머스크 CEO가 빙을 두고 흡족한 반응을 보인 이유를 그가 AP를 비롯한 미 주류 언론과 ‘긴장 관계’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지난주 AP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리콜 사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 CEO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조치를 리콜로 분류해선 안 된다며 AP 기자와 인터뷰한 자사 관계자를 청렴하지 못한 ‘로비스트’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신을 신상 털기 했다’는 이유로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 기자의 트위터 계정을 무더기로 정지했다가 하루 만에 복원하기도 했다. 이들은 머스크 CEO의 전용기 위치를 추적하던 트위터 ‘일론제트’ 계정을 머스크 CEO가 정지한 데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썼던 기자들이다.
머스크 CEO는 급기야 지난해 11월, 자신의 트위터 운용 방식에 대해 한 기자와 설전을 주고받다가 “언론인들은 이래서 문제다. 자기들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고 생각한다”며 “굉장한 거짓말”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 |
지난해 11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통해 한 기자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2022.11.07. (트위터 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