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對) 중국 경상수지가 ‘역대 최악’ 규모 적자를 낸 반면에 미국에 대한 경상수지는 ‘역대 최대’ 규모 흑자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소하고 수입은 거꾸로 늘면서 대중 상품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지역별 경상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대한 경상수지는 77억8000만달러 적자로, 관련 통계 자료가 존재하는 1998년 이후 가장 나빴다.
대중 상품수지가 마이너스(-) 100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적자로 전환한 데다 서비스수지까지 5억9000만달러 적자를 썼기 때문이었다.
김화용 한은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장은 “대중 상품수지가 기계·정밀기기, 석유제품 등의 수출 감소와 함께 원자재 수입 증가로 인해 적자로 돌아섰다”라며 “서비스·본원소득수지도 각각 운송지급 증가, 배당수입 감소로 인해 악화된 것이 전체 대중 경상수지 적자 전환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출 부진도 대중 경상수지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김 팀장은 “전체 대중 반도체 수출이 마이너스는 아니었지만,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 마이너스로 진입해 전체 연간으로는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중 경상수지는 지난 2001년(-7억6000만달러) 반도체 가격 하락에 반짝 적자를 본 이후로 21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연간 흑자 기조를 유지해 왔다.
특히 2009년(162억6000만달러)부터는 꾸준히 100억달러대 흑자를 써 왔으며 2013년(560억1000만달러)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중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 갈등이 시작된 2017년 무렵부터 들쭉날쭉한 흐름을 보이더니 2020년에는 172억5000만달러, 2021년에는 234억1000만달러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해 1년 전과 비교해 311억9000만달러라는 큰 폭으로 악화한 것이다.
(한은 제공) |
반면 지난해 미국에 대한 경상수지는 677억9000만달러 흑자로 역대 1위 규모를 갈아치웠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승용차를 많이 내다판 덕분에 상품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으며, 이 밖에 운송수지·본원소득수지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덕분이었다.
지난해 대미 상품수지는 563억8000만달러 흑자로 역대 1위였으며 대미 본원소득수지도 137억9000만달러로 역대 1위 수준이었다. 서비스수지의 경우 20억2000만달러 적자로 지난 2005년(-33억달러) 이후 가장 작은 적자 폭을 나타냈다.
김 팀장은 “승용차 수출을 중심으로 대미 수출이 계속 증가했기에 미국에 대한 상품수지는 계속 좋았다”면서 “서비스도 운송수입 증대에 따라 적자 폭이 많이 줄었고 본원소득까지 대미 직접투자 증가, 증권투자 수입 증대 영향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일본에 대한 경상수지는 177억8000만달러 적자로 전년(222억달러)에 비해 적자 규모가 축소됐다.
특히 대일 상품수지(-153억3000만달러)가 화공품, 석유제품 등의 수출이 늘면서 적자 폭이 줄었고 본원소득수지(-49억7000만달러)도 배당수입 증가에 적자 규모를 줄였다.
일본에 대한 서비스수지는 1년 전(18억5000만달러)보다 대략 6억달러 증가해 24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작년에는 동남아에 대한 서비스수지가 49억2000만달러로 집계돼 역대 1위 흑자 폭을 경신하기도 했다. IT 관련 기타 사업 서비스의 수입이 확대된 영향이었다.
동남아에 대한 전체 경상수지는 802억3000만달러 흑자로 전년(1023억6000만달러)에 비해 흑자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수입 증가와 배당수입 감소로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 흑자 폭이 축소된 여파다.
중동에 대한 경상수지는 전년(-479억8000만달러) 대비 크게 악화된 880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원유 등 원자재 수입이 늘어난 탓이었다.
금융계정을 보면 지난해 대중 직접투자는 72억9000만달러로 관련 통계 자료가 존재하는 2006년 이후 최대치에 달했다. 동남아 역시 직접투자가 최대 규모인 153억4000만달러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