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내부에서는 전기차 전환 정책을 두고 반발이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35년부터 휘발유·디젤 등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관련 표결을 연기했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표결 연기는 독일·이탈리아 등의 반대 때문이다. 폴란드와 불가리아도 반대 또는 기권 의사를 전했다. EU의 새 법안 통과는 EU 인구 65%, 최소 15개국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이들 국가들이 반대하면 법안 통과는 어렵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투표 연기에 대해 환영 입장을 보이면서 “생산과 고용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위해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전환을 신중하게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생산은 내연기관 생산보다 고용에 부정적이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가 지난해 12월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은 약 1만8900개로 내연기관(약 3만개)과 비교하면 60%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생산직의 10~20%만 있어도 충분히 공장을 돌릴 수 있다. EU에서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전환으로 30만6000명의 고용 감소가 예상된다.
완전한 전기차 전환을 늦추는 것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 다툼 성격도 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 등 미국 업체와 거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우리나라 업체인 현대자동차(005380) 그룹이 이를 바짝 뒤쫓고 있다. 유럽 업체들은 폭스바겐·르노닛산얼라이언스 정도가 추격 중이고, 나머지 메르세데스-벤츠, BMW 같은 회사들은 판매량 면에서 하위권에 머무르는 중이다.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 시장 점유율도 1월 기준(SNE리서치) 중국의 CATL과 BYD가 각각 1위, 2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3위, 삼성SDI(018260)와 SK온은 각각 5위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럽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기차의 중국 의존도를 지적하면서 주도권 확보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치는 상황이다.
길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 전기 수급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전기차 완전 전환을 더디게 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한국자동차연구원)은 802만대로 전체 완성차 판매량에 9.9%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같은 비율이 50%를 넘어 100%까지 증가하면 전력 공급난은 불가피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 내에서도 먼저 내연기관 중단을 말하는 국가들은 자동차 생산국이 아니라 소비국이다. 독일 같은 국가는 국가적 산업 면에서 큰 손실”이라며 “2030년에도 전기차 점유율이 30%가 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완전 전기차 전환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