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PR 컨설팅 기업인 에델만이 실시하는 ‘에델만 트러스트 바로미터’ 조사에서 정치·경제 양극화가 심한 ‘위험국’ 중 하나로 한국이 꼽혔다. 에델만이 28개국 3만2000명 이상에게 당신의 나라가 얼마나 분열되어 있으며 분열을 봉합할 수 있다는 희망이 얼마나 있나 질문한 결과 한국이 브라질, 멕시코 등과 함께 위험국 9개에 포함됐다.
지난 18일 데이터분석 사이트 비주얼캐피탈리스트에 발표된 에델만트러스트의 ‘어떤 나라가 가장 양극화되었나’ 인포그래픽은 그간 정량화되기 어려운 것으로 간주되어온 양극화를 간단한 그래픽으로 보여주었다. 에델만은 y축은 ‘내 나라는 매우/극단적으로 분열됐다’로 잡고, x축은 ‘나는 이 분열이 극복될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로 정해 개인이 느끼는 각국의 분열도와 그와 관련한 희망 또는 절망감을 시각화했다.
이 정량화를 위해서는 다시 구체적으로 △경제적 불안 △제도적 불균형 △계급간 구분 △진리를 위한 싸움의 네 지표가 사용됐다. 경제적 불안은 ‘우리 가족이 5년 내로 상황이 좋아질까’에 대한 답, 제도적 불균형은 ‘정부가 비윤리적이고 무능한 것으로 판단되는지’ 여부, 계급간 구분은 ‘더 높은 수입의 사람들이 더 많은 신망을 얻는지’ 여부, 진리를 위한 싸움은 ‘국회나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를 말했다.
한국 외에 위험국에 오른 나라들은 브라질, 멕시코, 프랑스, 영국, 일본,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였다. 에델만은 이들 나라들의 양극화 상황에 대해 설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픽을 보면 한국의 경우 브라질 보다는 아래지만 다른 위험국들보다 더 위에 있어 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심각하게 양극화된 국가’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페인, 스웨덴 등 6개국이었다. 이들 나라 국민들은 나라가 매우 심하게 분열되어 있다고 보았고 이 분열이 개선되리라는 데도 회의적이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x축과 y축 모두 가장 먼 곳에 위치해 가장 양극화된 국가로 꼽혔다. 아르헨티나 응답자의 43%만이 5년 안에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는데 이 수치는 지난해보다 1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응답자 중 20%만이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한 것 역시 조사된 모든 국가 중에서 가장 낮았다.
미국은 지난 몇년간의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갈등, 남아공에서는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에 대한 신뢰감 하락과 불평등이 양극화의 이유였다.
양극화됐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은 ‘적당히 양극화된 국가’는 나이지리아, 태국, 케냐, 아일랜드, 캐나다, 호주였다.
‘덜 양극화된 국가’는 인도,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인도네시아다. 에델만은 “이들 7개국 중 3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과 같은 경제 대국들이 양극화 위험국인 반면 경제 수준이 그보다 낮은 태국이나 케냐, 말레이시아 국민들이 적당히 또는 덜 양극화됐다고 답한 점을 주목했다.
한편 에델만은 양극화가 ‘불신의 원인이자 결과’로, 불신해서 양극화가 생기고 양극화가 다시 불신을 강화하는 사이클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 위의 네 가지 지표 외에도 시민성(시민의식)의 침식과 사회적 구조의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 역시 양극화를 초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