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고등학교에서 흑인 혼혈 학생이 레게머리를 하고 졸업식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격리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2월 효고현 히메지시의 한 현립 고등학교에서 일명 레게머리로 불리는 ‘콘로우’ 스타일을 하고 졸업식에 참석한 3학년 학생 A군(18)이 2층으로 격리됐다. 두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A군은 일본인 어머니와 미국 국적의 흑인 아버지를 둔 혼혈로, 학교의 조치에 대해 “사람마다 배경이 다르고 머리 스타일이 다를 수도 있는데 내 머리가 교칙 위반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이상하다. 나의 뿌리를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A군 학교의 교칙은 두발과 관련해 ‘고등학생답게 청결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남학생은 머리카락이 눈을 가리거나 귀에 걸리지 않도록 하고 뒷머리가 옷깃에 닿지 않도록 하고 있다.
졸업식을 앞둔 두발 검사에서 “머리가 귀에 닿지 않도록 하라”는 교사의 지도를 받았다는 A군은 졸업식 전날 콘로우 스타일을 하며 미용사에게는 “화려해 보이지 않도록 염색과 붙임 머리는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졸업식 당일 아침 A군은 여러 교사로부터 “이게 뭐냐. 교칙에 위배된다. 학생답지 않다”는 꾸중을 들었으며 학생지도실에서 1시간가량 대기해야만 했다.
이후 졸업식이 시작될 때쯤 체육관으로 불려간 A군은 “다른 학생이 없는 2층으로 갈 것”과 “졸업장 수여식에서 호명해도 대답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A군은 더 이상 졸업식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해 부모님과 함께 귀가했다.
학교의 격리 조치에 대해 논란이 일자 학교 측은 “흑인 전통 머리에 대해 부정하려는 취지는 아니었고 두발 규정과 관련해 지도했을 뿐”이라며 “다른 곳에 앉으라고 했다고 해서 학생이 졸업식에 참여할 수 없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일본 교육위원회는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의 대응에 대해 “학교의 교육적 배려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