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증시가 최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호시절이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고 일부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탓으로, 지난해 3월 은행 위기로 시장이 출렁거렸던 것을 생각하면 기적과 같은 일인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 사건들이 수십년간 긴 주가의 상승 행진 속의 작은 방해물일 뿐이라고 본다. 그리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이번 랠리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더 깊은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일본 닛케이225 평균 지수, 심지어 유럽의 스톡스600 지수까지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2010년 이후 매년 8%(인플레이션 감안)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채권과 주택, 그리고 그 외 자산의 수익률을 앞섰다. 8% 수익률에는 수익을 낸 기업이 주주에게 주는 배당금, 주가가 올라 얻는 자본 이득 등이 포함됐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2010년 1월1일 100달러를 S&P500에 투자했다면 이는 현재 600달러(2010년 당시 금액으로 환산하면 430달러)로 불어나 있는 셈이다.
이런 주식 랠리가 계속 치솟을 것인지 조정(하락)의 서막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긴 상승장이 곧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 이유는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 이미 많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기 변동 요인을 감안해 최근 10년간의 평균 주가 대비 수익 비율을 산출한 CAPE 지수는 닷컴 버블 당시인 1999년에 달성한 기록인 44.2를 넘은 적이 없다. 이전 최고치는 1929년으로 CAPE가 31.5를 기록했다. 그런데 현재 34.3이다. 이 수치는 낮을 때는 한 자릿수였고 2009년께는 10의 전반 수준이었다.
“기업 이윤이 이토록 높게 가치가 매겨진 것은 매우 드물다”면서 이코노미스트는 1962~1982년 사이 기업 순익이 매년 2% 증가한 데 비해 1989~2019년에 기업 순익은 연간 4% 상승했다고 썼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전반에 나타난 이 강한 성장세를 ‘신기루’라고 불렀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이유로 세금이 인하된 것, 그리고 차입 비용이 줄어든 것(금리가 낮은 것) 덕분에 기업들이 성장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1989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기업들의 실효 법인세율은 5분의 3으로 떨어졌고 이에 따라 기업 이익이 증가하고 주주들에게 더 많은 돈을 돌려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같은 기간 동안 차입은 더 저렴해졌다. 1989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기업들이 직면한 평균 이자율은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즉 1962~1982년에 비해 1989~2019년 사이 기업이익 증가율이 2배가 된 것은 “전적으로 이자율과 법인세율의 하락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전환점이 보인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 주장이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금리 하락세가 반전되고 있고 세금과 관련해서는 세계 142개국을 분석한 결과, 2022년과 2023년에 법정 법인세율 중간값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금리와 세금이 증가하는데 미국이 증시 상승세를 계속하려면, 아니 최소한 2010년대에 누렸던 수익의 절반이라도 누리려면 실제 수익률은 매년 9%씩 성장해야 한다. 역사상 전후 이런 주식 수익률을 누린 시기는 닷컴 버블 후, 그리고 2007~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후 반등하면서였다.
아울러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투자자들이 AI가 구원자가 되기를 희망해, AI로 기업이 비용을 절감하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이것은 아직 초기 단계인 기술에 큰 부담”이라고 썼다. 게다가 기술 발전만이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유일한 추세는 아니라면서 “최근 수십년간은 주식 시장에 맞서 베팅하는 것이 바보짓이고, 하락 타이밍을 점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이를 해야 하는) 전지전능 테스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