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친화적인 구동 방식으로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에서 혁명을 일으킨 애플의 맥(Mac) 시리즈가 올해 탄생 40주년을 맞는 가운데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부상으로 다시 한번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마트폰 성능의 고도화로 PC 시장이 부진한 상황이지만 텍스트와 이미지를 출력하는 생성형 AI가 복잡한 연산을 필요로 하는 탓에 PC 수요를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애플이 개발 중인 맥의 차세대 시스템온칩(SoC·이하 칩)이 AI 연산을 겨냥했다는 추측이 포개지면서 ‘맥이 AI로 날개를 달 것’이란 기대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22일 AFP 통신은 오는 24일 출시 40주년을 맞는 애플의 맥이 PC 시장에 던진 화두를 재조명하면서 AI 시대에 맥이 지닌 잠재적 역량을 심층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984년 매킨토시란 이름으로 출시된 맥은 명령어를 입력해야 하는 복잡한 인터페이스 대신 아이콘을 커서로 클릭하는 방식을 전면에 도입해 사용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맥이 워낙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자랑했던 까닭에 커서를 움직이는 마우스는 곧바로 모든 PC의 필수품이 됐다. 시장조사기관 퓨처럼 리서치의 올리비에 블랜챠드 부장은 AFP에 “당시 여러 PC회사들이 맥의 성공을 모방하려 했다”며 “그 영향력은 엄청났다”고 회고했다. 맥은 이후 고사양 PC를 필요로 하는 영화 제작자나 일러스트레이터 사이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게 된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 운영체제(OS) 기반 PC가 MS의 사무용 소프트웨어 ‘오피스 시리즈’와의 높은 호환성으로 PC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다. 또한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이 2007년 등장하면서 ‘손안의 PC’ 시대가 열렸고 2010년에는 이보다 화면이 큰 태블릿PC 아이패드까지 나오면서 맥의 성장세는 꺾이게 됐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사용자들은 점차 이들 기기로 사무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이는 맥이 갖는 독보적인 위상을 옅게 만든 건 물론 PC 시장의 장기 침체까지 불러 일으켰다. 미국 정보기술(IT) 자문회사 가트너에 따르면 전세계 PC 출하량은 2011년 정점(3억6500만대)을 찍은 이후 2021년을 제외하면 매년 줄어들었다.
이러한 PC시장 침체에도 조만간 2000년대 초반과 같은 PC 열풍이 재현될 거라는 게 최근 미국 IT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원격근무 정착으로 각 가정에서도 다시 PC를 구비해 둘 필요성이 늘어난 데다 생성형 AI가 업무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다. 블랜챠드 부장은 “AI는 PC시장에서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변곡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PC 성능이 점진적으로 발전했지만 사용자들의 구매로 이어질 만큼 매력적이진 않았다면서도 생성형 AI는 PC 환경에서 바로 사용하는 게 스마트폰·태블릿 PC를 통한 클라우드 환경 대비 간편할 뿐만 아니라 보안상 안전하다며, 앞으로 AI의 보급이 꺼져가는 PC 수요에 불을 지필 것로 내다봤다.
특히 다가올 PC 열풍의 주역으로 전문가들은 애플의 맥을 지목했다. 애플이 공식 발표하진 않았지만 내년에 출시될 맥이 AI 전용칩을 탑재한 이른바 ‘AI 맥’이 될 거란 판단에서다. 애플은 음성인식 기반 AI 비서 ‘시리'(Siri)를 2011년에 도입해 관련 기술을 선도한 경험도 있다.
전략 분석가인 캐롤리나 말라네시는 AFP에 “애플이 생성형 AI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분야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선 안 된다”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애플에는 더 많은 기회가 있다. AI 맥이 출시되면 기존 애플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짚었다.
다만 말라네시는 “AI는 이제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됐기 때문에 애플도 이 거대한 물결을 피할 수 없다”며 “내년에 기대와 달리 AI 맥이 나오지 않는다면 애플은 시장의 강력한 의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