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규모와 기대감으로 시작된 새만금 세계잼버리. 결국 개막 일주일 만에 ‘미완성’으로 끝을 맺었다. 일각에서는 ‘폭우’로 시작해 ‘폭염’에 시달리다 ‘태풍’으로 철수했다는 말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새만금 잼버리는 개막 전후 자연적 리스크로 하루하루가 난관이었다. 이와 더불어 조직위의 준비 부족과 소통 부재 등 운영 부실 리스크도 부정적 이미지를 쌓는데 한몫했다.
◇부지 침수, 온열질환자 다수 발생 등 자연적 리스크…“스카우트 정신 넘어섰다”
이번 잼버리의 첫 리스크는 폭우에 따른 영지 침수였다. 이 문제는 개막 직전까지 대회 성패를 가를 요소로 대두됐다. 예년 대비 특히나 많은 강수량, 게릴라성 집중호우 등으로 새만금 잼버리 부지는 잇따라 침수되는 상황을 겪었다.
비가 그치고 나서는 폭염이 문제였다. 부지가 위치한 부안은 개막 당일부터 현재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다. 전 세계 159개국 4만3300여명의 참가 대원들은 폭염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많게는 하루 100~200명에 달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생존게임’이라는 표현이 나돌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스카우트 정신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대부분은 이를 넘어선 상황으로 인식했다.
◇전반적 편의시설 미흡 등 운영 부실…샤워실·화장실 위생·청결 ‘엉망’
폭염에 더해 전반적 편의시설 미흡·부족 문제는 대회 내내 지속 제기됐다. 특히 샤워실과 화장실은 대원들에게 지탄의 대상이었다. 샤워실은 부족했고 화장실 위생 상태는 엉망이었다. 개막 며칠이 지나 전북도 등 공무원들이 대거 투입돼 청소와 관리에 나선 뒤에야 불만은 조금 진정됐다.
실제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새만금에서의 마지막 브리핑 자리에서 “새만금 잼버리에 있어 가장 부족한 점은 (화장실과 샤워장 등)위생·청결 문제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조직위의 소통 부재도 입방아에 계속 올랐다. 하루 한번 공식 브리핑 이외 사실상의 공식적 취재는 어려웠다. 세계스카우트연맹과의 협의를 이유로 한 영지 내 취재 공간은 대회 내내 제한의 연속이었다. 일각에서는 여러 정부부처가 혼합된 조직위 내부 특성 상 조율 등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조기 철수하는 대원들이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장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자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이날 버스 1000여대를 동원해 156개국 3만6000여명을 수도권으로 철수시킨다. 2023.8.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영국·미국 조기 퇴영 ‘최대 위기’…정부, 전폭적 지원 의지 표명으로 위기 넘겨
새만금 잼버리는 개막 닷새 만에 최대 위기를 맞는다. 영국과 미국이 조기 퇴영을 결정하면서다. 양 국가는 폭염과 부실한 영지 환경 등을 이유로 들며 자국 대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도미노 조기 퇴영’ 우려를 낳았다. 실제 6~7개 국가가 조기퇴영 방안을 두고 심도 있는 검토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장 전폭적 지원책을 발표했다. 대통령은 지원 확대를 지시했고 영지를 찾은 국무총리는 대원들에게 “불편한 게 있으면 말해 달라. 즉각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관리 주체도 정부로 일원화 했다. 결국 ‘도미노 조기 퇴영’ 문제는 일단락 됐다.
◇분위기 반전 노렸지만 ‘성범죄’ 논란 일어…경찰은 ‘경미’ 판단
정부의 전폭적 지원 발표에 부정적이던 분위기는 전환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범죄 문제가 제기됐다. 일명 ‘잼버리 샤워실 사건’이다.
스카우트 전북연맹 소속 일부 관계자들은 이 사건을 이유로 공식 퇴영을 선언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사건은 전북연맹 소속 한 여성 지도자가 샤워를 하는 것을 태국 남성 지도자가 훔쳐보다 발각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조치를 조직위 측에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사건을 조사 중인 전북경찰청은 “현재까지 성적 목적으로 침입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시 자연적 리스크 ‘태풍’ 북상…개막 일주일 만에 새만금 영지 비우기로
지난 1일 개막 이후 일주일간 꼬리에 꼬리를 문 악재에 시달린 새만금 잼버리는 ‘태풍’에 무릎을 꿇고 만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면서 전북이 직접 영향권에 든다는 예보가 발표되자 정부는 새만금 영지를 비우기로 결정한다. 세계스카우트연맹도 이에 동의했다. 큰 기대를 받던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결국 ‘미완성의 대회’로 기억될 전망이다.
8일 오후 3시 현재 부안 잼버리 영지에서 대원들을 태운 1014대(156개국 3만7000여명)의 버스들은 전국 8개 시·도로 이동했다. 전국 각지로 분리된 대원들은 남은 4박5일 일정을 그곳에서 소화하게 된다.
스웨덴 국적 한 스카우트 대원은 “갑작스럽게 퇴영 소식을 접하게 돼 동료들 모두 충격을 받았고 정말 슬퍼했다”며 “이제 막 캠프 생활에 적응되던 참이었는데 떠나게 돼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도는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아직 잼버리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대회가 끝나는 12일까지 안전한 잼버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