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가 자율주행 무인택시(로보택시)를 24시간 유료 운행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도시가 됐다. 관련 안건 투표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두 차례 연기된 만큼 파장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10일(현지시간) 미 언론을 종합하면 캘리포니아 공공사업위원회(CPUC)는 로보택시 업체인 구글 웨이모와 GM 크루즈가 신청한 24시간 운행 확대안을 찬성 3대 반대 1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웨이모 차량은 궂은 날씨에도 운전자 없이 시속 65마일(약 105㎞) 속도로 주행할 수 있고, 크루즈 차량은 날씨가 좋은 날에 한해 시속 35마일(약 56㎞)로 여객 서비스를 운영하게 됐다. 당초 크루즈는 오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고객에게 요금을 청구할 수 있었으며, 웨이모는 운전자가 없는 경우 승차 요금을 청구할 수 없었다.
찬성에 표를 던진 CPUC의 존 레이놀즈 위원은 “오늘은 자율주행차 운송 서비스를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다른 주들이 따라야 할 성공적이고 투명한 모델을 설정하는 많은 단계 중 첫 번째 단계”라고 말했다.
이번 투표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두 차례 연기됐다.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고 사고가 났을 경우 처리가 미흡해 교통 체증을 야기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투표 결과가 알려지자 운송노조와 장애인 단체, 교통 활동가 등은 CPUC 본부로 몰려가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를 위한 안전한 도로’라고 적힌 노란색 셔츠를 입은 모습이었다.
미국 최대 노조 중 하나인 물류 산별노조 팀스터의 서부지역 부사장 피터 핀은 폴리티코에 “이것은 캘리포니아 지역 사회에서 수십만 개의 좋은 중산층 일자리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장인 지니 니컬슨은 워싱턴포스트(WP)에 “지난해 5월 이후 (무인자동차 관련) 66건의 사고가 있었고, 사고 발생 빈도는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니콜슨 국장은 로보택시가 소방차 진입로를 막고 움직이지 않아서 다른 소방국에 급히 지원을 요청하거나 우회해서 진입한 경우가 있었다고 짚었다.
퇴근 시간 차량으로 붐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고가 도로 모습. 2022.8.2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
또 로보택시 운행에 반대하는 이들은 실리콘밸리 관문인 샌프란시스코가 각종 기술을 시험하는 ‘실험용 쥐’ 처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언덕이 많고 거리가 밀집해 새로운 자율주행 기술의 도심 시험장으로 주목받았다. 실제로 WP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테스트를 거친 자율주행 차량은 2020년 551대(총 주행거리 290만㎞)에서 지난해 1051대(총 주행거리 750만㎞)로 급격히 늘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데이비드 지퍼 연구원은 “캘리포니아는 종종 국가와 선진국을 위한 탄광 속 카나리아(다가올 위험을 감지하고 먼저 알려주는 대상) 역할을 한다”고 말했고, 카네기 멜런대의 필립 쿱만 교수도 “이 자동차 회사는 무료 테스트 플랫폼을 얻기 위해 공공 자원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투표 결과를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 일부 네티즌은 “로봇은 술에 취하지 못하고, 사람처럼 분노하지도 않는다”, “아폴로 1호 발사 당시 우주비행사 3명이 발사대에서 숨졌지만,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는 미국 역사상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모든 변화에는 위험이 수반된다”고 적었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어 이 차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고 있다. 그들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