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도 너무 올랐다. 김밥 한줄에 3000~4000원이 된 지는 오래고 서민음식이던 냉면은 한 그릇에 1만5000원선을 오간다. 얇은 지갑사정에 런치플레이션이 심화되자 도시락을 싸오거나 편의점 간편식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도 늘었다.
13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8개 외식품목(서울 기준) 평균 가격이 지난해 1월 대비 13.8% 올랐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자장면이다. 연초에는 5769원이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6569원(13.8%)이 됐다. 삼겹살(200g 환산 기준)이 1만6983원에서 1만9031원으로 12.0%, 김밥이 2769원에서 3100원으로 11.9% 올랐다.
삼계탕(11.2%)과 칼국수(9.8%), 비빔밥(7.9%), 냉면(7.8%), 김치찌개(5.9%) 등 직장인이 선호하는 점심 메뉴도 지난해 연초와 비교해 값이 뛰었다.
체감물가 부담은 더하다. 직장인이 밀집된 업무지구는 다른 지역 대비 음식값이 더 비싸다.
서울 무교동 냉면집은 연초 물냉면 가격을 1000원 올려 1만5000원을 받고 있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던 북엇국은 인근 지역에서 9500원에 판다.
해당 지역 인근에서 만원에 먹을 수 있는 점심 메뉴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커피라도 한잔 곁들이면 점심값이 2만원이 넘는다.
밀가루, 계란 등 음식 원부자잿값과 인건비 인상이 외식물가 상승의 직접적인 요인이다. 국제 밀 가격은 3㎏ 기준 지난해보다 41.9% 오른 5490원(한국물가협회)에 거래된다. 계란은 특란 기준 지난해와 비교해 6.4% 오른 7160원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6년간 48%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건비 부담까지 늘어나며 외식물가가 치솟았다.
외식사업자는 제품가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물가 부담에 대응할 수 있으나 직장인은 사정이 다르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인상되긴 했지만 소득주도성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전체적인 임금 상승 동력은 오히려 꺾였다. 물가상승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높아 실질임금이 쪼그라든 데다 경기위축이 겹치니 지갑사정만 악화됐다.
지갑열기 무서운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도시락을 싸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주일에 3~4일 도시락을 싸서 출근한다는 박지영씨(35)는 “미리 준비하는 시간도 걸리고, 메뉴 선택에 한계가 있다”면서 “코로나 시국에 외식이 어려워 시작했는데 점심값이 너무 올라 계속 도시락을 먹고 있다”고 했다.
종로에서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약속이 없으면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먹는다”며 “편의점 식품 가격도 오르긴 했지만 한끼에 만원을 훌쩍 넘는 식당보다는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오른 생활물가에 직장인들 시름은 계속되고 있지만 올해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올해 1분기 역대 최대폭의 전기요금 인상(1㎾h당 13.1원 인상)이 예정됐고 지하철·버스비 등 준공공재 요금도 줄줄이 오른다. 이들 요금이 인상되면 생산 비용 증가로 식품, 외식 물가 등을 복합적으로 밀어 올릴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