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니제르에 대해 미국 국무부가 원조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식량 등 인도적 지원만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니제르 정부에 도움이 되는 특정 해외 원조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했다”며 “생명을 구하는 인도적 지원과 식량 지원만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이번 상황이 시작된 이래 우리가 분명히 밝혀 왔듯이 니제르 정부에 대한 미국의 원조 제공은 민주적 통치와 헌법 질서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한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니제르 국민들이 힘들게 쟁취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니제르 민주 정부의 즉각적 복원을 거듭 촉구한다”고 했다. 다만 이날 블링컨 장관은 중단된 인도적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26일 니제르 군부는 아마두 압드라마네 니제르군 대령 주도로 수도 니아메의 대통령궁을 봉쇄하고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구금했다. 군부는 계엄령을 선포한 뒤 대통령 경호실장을 과도위원장으로 임명해 권력 장악에 나섰다.
말리, 부르키나파소, 차드 등 니제르 인접국들이 지난 3년간 쿠데타로 전복됨에 따라 니제르는 사하라 사막 이남 사헬 지역의 마지막 남은 민주주의 보루로 여겨졌다. 이에 조 바이든 미 행정부도 바줌 대통령을 민주주의 성공 사례로 추켜세우며 지지해 왔다.
미국은 사헬 일대 이슬람 무장세력 소탕하는 프랑스군 주도 ‘바르칸 작전’의 일원으로 2012년 약 1000명의 군 병력을 니제르에 파견해 주둔 중이다. 니제르 주재 미 대사관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미 국방부와 국무부가 니제르에 지원한 훈련 및 장비 비용은 5억달러(약 6540억원) 이상이다.
한편 니제르 쿠데타 군부는 블링컨 장관 성명에 앞서 이날 프랑스와 체결한 방위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2012년 이후 약 1500명의 프랑스군 병력이 니제르에 주둔하고 있는데 이를 철수하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