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2022.12.5/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지난해 급등한 달러·원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에 나서면서 달러 강세 현상이 이어졌지만, 최근 환율 하락 압력이 우위에 있는 모습이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전날 기준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5원 오른 1246.2원에 거래를 마쳤다. 3.2원 내린 1241.5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 초반 1239.6원까지 내렸다가 1250원까지 오르는 등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 10일에는 1239원에 출발해 장중 1236.4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환율이 1230원대에서 거래된 것은 지난해 5월31일(종가 1237.2원) 이후 7개월여 만이다.
환율은 지난해 ‘킹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9월22일 1400.7원으로 2009년 3월20일 이후 13년6개월 만에 1400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한 달 뒤인 10월25일 장중 1442.2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9년 3월16일(1488원) 이후 13년7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달러화 가치는 예상보다 가파른 미국경제 경기개선 탄력 및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인해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과 함께 반등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작년에도 미국 달러화 지수는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 기조 등의 영향으로 크게 상승하며 코로나 당시 고점을 상향 돌파했다”며 “이에 따라 달러·원 환율도 코로나 사태 당시 고점을 상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점을 찍은 지난해 10월말 이후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가 낮아지면서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및 종료, 나아가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기는 기대감까지 커지면서 달러 강세 현상이 수그러든 것이다.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영향 등도 작용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환율이 105.5원, 12월에는 54.3원 하락했고, 1월에도 전날까지 18.3원 내렸다. 여전히 연준에서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기대감을 낮추려는 모습이지만, 시장에서는 인플레 완화와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당초 2022년말 미국의 연말시즌의 강한 수요 및 유럽 한파 등을 감안해 2023년초까지는 인플레이션 징후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리의 전망보다는 빠르게 안정화됐다”며 “달러·원 환율 등락범위를 1300원 내외로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미국의 연말소비는 부진했고, 재화 부분의 가격하락 압력이 확대되고 있고 유럽은 겨울철 이상고온으로 난방수요 및 에너지 대란을 발생하고 있지 않다”며 “그 때문에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및 종료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고, 금리상승은 멈추고 하락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제민·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주요 경제 위기 상황에서 환율이 고점을 기록한 이후에는 대체로 빠르게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는 하락 속도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며 “패턴을 복제해서 이를 최근 달러·원 환율에 대입하면 상반기 평균 환율은 1240원, 하반기 1200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환율 흐름이 달라진 상황인 것은 맞지만 섣불리 ‘하락할 것’이란 추측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맞지만 달러 약세 일변도로 가는 것은 섣부르다”며 “금리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지만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노이즈는 계속되고 있고, 경기침체가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 수준으로 오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오르면서 달러 선호가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당장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지고 있는 하락분에 대한 회복, 약한 반등이 있을 수 있다”면서 “2, 3분기에는 하락하면서 저점으로 1200원 하향 이탈도 가능하고, 4분기에 재차 반등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