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에서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다음달 퇴임을 앞둔 이시바 총리의 마지막 외교 무대로 차기 일본 총리에게 글로벌 협력 파트너로서 한국의 중요성을 각인 시키는 메시지가 될 거란 관측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산 누리마루APEC 하우스에서 이시바 총리와 약 76분 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만남은 지난 6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8월 도쿄 한일정상회담 이후 세 번째다. 양국 정상이 한 번씩 방일·방한하며 셔틀외교가 복원·정착됐다는 평가다.
이시바 방한으로 ‘외교 고별전’…故이수현 묘 찾아 ‘한일협력 의지’
이시바 총리가 한국에서의 한일정상회담으로 마지막 외교 행보에 나선 것은 셔틀외교 복원을 넘어 한일 양국의 긴밀한 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저의 마지막 외교 마무리를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을 대단히 뜻 깊은 일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이 엄중한 환경 속에서 공동의 이익을 찾아내 협력을 추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라며 “한일 관계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긴밀히 공조하면서, 빈번히 왕래하면서 만날 때마다 셔틀외교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앞으로 노력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부산 영락공원에 있는 고(故) 이수현씨의 묘소도 참배했다. 일본 현직 총리가 이수현씨의 묘소를 찾은 건 처음이다. 일본 유학생이던 이수현씨는 지난 2001년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의인으로 한일 양국 우호의 상징인 인물이다.
이시바 총리는 “남을 위해 본인의 생명을 던질 수 있는 숭고한 뜻에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이시바 총리의 메시지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어떤 관계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표현했다.
李대통령 ‘국빈급 예우’로 화답…”한일 관계 개선 성과 유지되길 희망”
이시바 총리의 한일협력 의지에 이 대통령은 환대로 화답에 나섰다. 이시바 총리의 방한은 실무 방문 성격이지만 국빈급 예우를 갖췄다. 이시바 총리가 정상회담 장소에 입장할 때 조선통신사의 행렬을 재현한 취타대와 전통 의장대의 도열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일본이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 만큼 정서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또 사회문화적으로도, 안보상으로도 정말 가까워지길 바란다”며 “세상이 어려워질 수록 가까운 이웃들 간에 교류가 중요하다. 셔틀외교를 정착시켜 한일이 시도 때도 오가면서 공동의 발전을 기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시바 총리에게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 성과와 기조가 유지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차기 일본 총리 후보군인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두 우익 강경파로 평가되는 만큼 지속적인 한일 협력에 대한 당부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를 마주할 수 없다’는 이시바 총리의 유엔총회 연설 내용을 언급하며 “과거를 직시하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자’는 제 생각과 같다”며 공감을 표했다. 이시바 총리는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한일 협의체 구성해 저출산 등 공통 사회문제 대응…합의문 발표
양국 정상은 이날 한일 공통 사회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자는 공동 합의문도 발표했다.
△저출산·고령화 △국토 균형성장 △농업 △방재 △자살 대책을 포함한 한일 공통 사회문제에 관해 함께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각 분야에 관한 당국 간 협의를 지속해서 실시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이시바 총리는 한일 과학기술협력위원회 재개도 희망한다고 말했고 양국 정상 간 긍정적인 대화가 오갔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농담을 건네며 돈독한 관계를 부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도쿄 정상회담 당시 이시바 총리가 대접한 음식을 언급하며 “이시바 카레가 최고였다”고 말했다. 이에 이시바 총리는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하고 나중에 다시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만찬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식재료를 한일 화합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해석해 이시바 총리 내외를 환대했다.
이 대통령의 고향 안동에서 나는 햅쌀로 지은 밥과 한국 전통 보양식 재료인 민어와 오골계로 만든 적, 안동 한우 갈비찜을 비롯해 이시바 총리가 즐겨 먹는 대게에 한국 가평 햇잣을 곁들인 냉채, 돗토리현의 두부 요리로 재해석한 부산 명물 어묵튀김이 만찬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