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새벽 튀르키예(터키) 중부와 시리아 북서부를 강타한 규모 7.8 강진으로 5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근 레바논, 키프로스, 이스라엘, 이집트에서도 지진이 감지돼 사상자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4시17분경 시리아 국경과 인접한 터키 남동부 가지안테프와 중남부 카라만마라슈(카흐라만마라쉬) 지역에서 강진이 발생했다. 터키 재난위기관리청은 현재까지 지진 사망자 284명, 부상자 440명으로 집계했다. 시리아 국영TV는 최소 230명이 사망하고 600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에서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6일(현지시간)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북서부 아자즈 지역에서도 건물이 붕괴돼 현지 소방이 건물 잔해에서 구조한 생존자들을 구급차에 실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2023.2.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
터키 가지안테프의 한 시민은 “40년간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우리는 아가용 (흔들) 침대에 있는 아기처럼 적어도 세번은 강하게 흔들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집에서 도망쳐 “차 안에 있거나 차를 몰고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로 이동하려 한다”고 전했다.
가지안테프 지역의 주거용 건물은 일반적으로 벽돌과 부서지기 쉬운 콘크리트로 지어졌기 때문에 지진에 따른 흔들림에 취약하다.
터키 당국은 말라티아, 아디야만, 오스마니예, 디야르바키르, 샨르우르파(우르파) 등 지진 피해 지역에 구조대와 항공기를 급파했다. ‘4단계 경보’를 발령하고 국제사회 지원을 요청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피해 지역 8곳 주지사들에게 전화해 상황을 보고 받고 구조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술레이만 소일루 내무장관은 취재진에게 “우리의 주요 임무는 수색과 구조 작업을 수행하고 모든 팀이 경계 태세에 돌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메르 파룩 코스쿤 카흐라만마라쉬 주지사는 “너무 많은 건물이 파괴되어서 사망자수를 추정할 수조차 없다”며 “피해가 극심하다”고 말했다. 디야르바키르서 구조 작업 중인 한 대원은 “여기서도 목소리가 들리고 저기서도 소리가 난다”며 “돌무더기 아래에서 200명이 있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새벽 튀르키예(터키) 강진으로 시리아 서북부 궁격지대 이들리브 아즈마린의 한 건물이 초토화되어 있다. 2023.2.6 © AFP=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
시리아는 서부 하마, 서북부 알레포, 라타키아, 타르투스 지역에서 수많은 건물이 붕괴하고 마을이 초토화됐다. 래드 아흐메드 시리아 국가지진센터장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 지진은 센터 역사상 가장 큰 지진”이라고 말했다.
지진 직후 시리아에서 열차 운행은 중단됐고 정부는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또 의료진이 대응을 돕기 위해 북부 지역으로 급파됐다.
피해 지역 또 쿠르드족 등 시리아 난민 수십만명이 거주하고 있어 이들에게도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 역내 많은 건물은 약 12년에 걸쳐 진행 중인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시리아 민방위 구조대 화이트헬멧의 구조대원은 터키 국경에서 약 5㎞ 떨어진 이들리브 살킨(Salqin)을 언급하며 “상황이 매우 비극적이다. 수십채 건물이 무너졌다”며 “완전히 붕괴했다”고 말했다.
6일(혀지시간) 새벽 튀르키예 강진 여파로 진원지 인근 시리아 북서부 앗자즈의 한 건물이 붕괴된 가운데 구조 당국이 들것에 사망자를 실어 나르고 있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에 따르면 국내 최소 111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2023.2.6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
독일 지질과학연구소(GFZ)는 규모 7.9, 깊이 10㎞로 관측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깊이 약 17.9㎞에서 발생하고 15분 뒤 규모 6.7 여진이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터키 재난청은 첫 번째 지진 규모를 7.4로 추정하고 40회 이상 여진이 뒤따랐다고 발표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진은 인근 레바논, 이스라엘, 키프로스, 이집트 등으로 이어졌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터키와 시리아 지진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터키 관리들과 연락을 취했다”고 했다.
스티븐 힉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지진학 연구원은 이번 지진이 1939년 12월 북동부에서 약 3만명의 사망자를 낸 지진과 동일 규모라고 밝혔다.
터키는 아나톨리아판에 위치해 활동이 활발한 지역 중 하나다. 앞서 1999년 9월 서부 마르마라해 동부 해안도시 이즈미트에서 규모 7.4 강진이 발생해 당시 이스탄불에서 약 1000명을 포함해 1만7000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