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맥주회사 앤하이저부시(AB)의 주력 맥주 ‘버드라이트’가 20년 이상 유지해 오던 1위 자리를 내줬다.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마케팅을 발표했다가 보이콧이라는 후폭풍에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버드라이트의 시장 점유율은 7.3%로 2위를 차지했다. 올해 초 10.3%에서 3%포인트(p) 떨어진 수치다.
버드라이트는 지난 2001년 버드와이저를 꺾고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맥주로 등극했다. 20년 넘게 그 자리를 유지하다 내려온 셈이다.
1위는 점유율 8.4%를 차지한 멕시코의 모델로 스페셜에게 돌아갔다. 모델로는 올해 초 시장에서 7.5%를 차지하다 지난 4월 8.2%로 점유율이 크게 올랐다.
버드라이트의 또 다른 경쟁 맥주인 쿠어라이트와 밀러라이트 역시 4월을 기점으로 시장 점유율이 상승했다. 쿠어라이트는 올초 5.2%에서 6.2%로, 밀러라이트는 4.8%에서 5.3%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했다.
버드라이트와 같은 회사 버드와이저의 판매는 전년 대비 각각 24.6%, 9.2% 감소한 반면 모델로의 판매는 전년 대비 10.2%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뿐만 아니라 AB의 주가도 지난 4월 이후 약 15% 떨어졌고, 이 여파로 두 명의 임원은 강제 휴가길에 올랐다.
4월 초는 버드라이트 불매운동이 시작된 때다. 버드라이트는 지난 3월 말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인 딜런 멀베이니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AB 측에서는 멀베이니의 성전환 1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얼굴이 그려진 특별한 에디션 캔을 선물로 보냈고, 멀베이니는 감사 인사를 전하며 해당 캔을 든 모습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버드라이트의 ‘트랜스젠더 마케팅’이 알려지자 미국 내 보수주의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쏟아졌다.
AB의 북미 사업부 최고경영자(CEO) 브렌든 위트워스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맥주 한 잔으로 사람들을 모을 뿐 사람들을 분열시킬 생각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일부 극성스러운 고객들은 건설 장비나 총기로 버드라이트의 캔을 부수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했다.
멀베이니의 얼굴이 그려진 캔은 대중에게 판매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펍 등에서는 버드라이트를 주문하는 고객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인디애나주(州) 블루밍턴에서 펍을 운영하는 매킨리 미니필드는 워싱턴포스트(WP)에 “일부 고객이 버드라이트를 주문한 사람들을 비난하고, 트랜스젠더에 대해 혐오스러운 말을 하고 있다”며 “다른 고객들이 식당을 떠날 정도로 극심해졌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