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일본과의 무역 합의를 이행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를 통해 일본산 자동차 관세는 지난 7월 22일 양국이 합의한 대로 27.5%에서 15%로 곧 인하될 전망이어서, 한미 무역 합의에도 불구하고 아직 25% 관세가 유지되고 있는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이 당분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일 협정 이행’ 행정명령 문서를 공개했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에서 “합의에 따라 미국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거의 모든 수입품에 15%의 기준 관세를 부과하고, 자동차, 차 부품, 항공우주 제품, 일반의약품 그리고 미국에서 자연적으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에 대해선 별도의 품목별 관세를 적용한다”라고 명시했다.
특히 15%로 낮추기로 한 일본산 자동차 및 차부품 관세의 경우 이를 적용하기 위한 수정된 관세율표를 행정명령이 관보에 게재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연방 관보에 공지하도록 했다. 이에 일본 교도통신은 자동차에 대한 15%의 관세가 이르면 내주 발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무역 합의 이후 트럼프 행정명령에 따라 15% 상호관세 조정은 이뤄졌으나, 자동차 관세 27.5%(기존 2.5%+품목관세 25%)를 15%로 낮추는 조치가 늦어지자 별도의 행정명령을 통해 이를 조속히 시행해줄 것을 미국 측에 요청해 왔다.
일본산 자동차 관세율이 예상대로 이르면 내주 15%로 낮아지면, 현재 25%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한국산 자동차와 관세 격차가 10%P에 이르게 돼 가격 경쟁력에서 일본산 자동차에 비해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한국은 지난 7월 30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와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약속하고, 상호관세를 비롯해 자동차 및 차부품 관세를 각각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상호관세는 각국과 마찬가지로 조정이 이뤄졌으나, 별도 적용되는 품목관세인 자동차 관세의 경우 추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유럽연합(EU)이나 한국의 자동차는 합의를 타결한 15% 관세가 아닌 25%(EU는 기존 2.5%를 더해 27.5%)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7월 22일 무역협정을 통해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65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대신, 미국이 일본에 부과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및 차부품 관세를 15%로 각각 낮추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아울러 이날 서명된 행정명령은 상호관세 15%에 대해서도 일본이 요구해 온 대로 전면적인 일본 제품에 15% 추가 관세가 아닌 기존 관세가 15%에 미치지 않는 품목에 대해서만 15%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수정했다.
15%의 상호관세는 8월 7일 이후 소비를 위해 수입 신고됐거나 보세창고(세관 지정 임시 창고)에서 출고된 일본산 제품에 소급해 적용된다.
일본 정부는 당초 EU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특례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으나 8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과 연방관보에는 일률적인 15% 추가 관세로 명시돼 논란이 일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일본산 일반의약품, 일반의약품 원료 및 전구체(원료화합물), 천연자원 등의 품목은 관세율을 0%로 수정할 권한을 상무부 장관에게 부여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번에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대미투자와 관련해선 “특히 미국 역사상 그 어떤 협정과도 달리 일본 정부는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미국 정부가 선정할 이 투자들은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제조업을 확장하며,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의 번영을 보장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아울러 이번 행정명령에서 일본이 미국 제조업, 항공우주, 농업, 식품, 에너지, 자동차 및 산업재 생산자들에게 주요 분야 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시장 접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트럼프는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최소시장접근제도(쿼터제) 안에서 미국산 쌀 구매량을 75% 증액하고, 옥수수, 대두, 비료, 바이오에탄올(지속가능 항공유 포함) 등 미국산 농산물 및 기타 미국 제품을 연간 80억 달러 규모로 구매하는 방안을 신속히 이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