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부정선거 관련자들을 모조리 수감시키겠다고 경고하자 지지자들을 상대로 또 다시 정치 폭력을 선동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경합주(州) 선거당국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소속 아드리안 폰테스 애리조나주(州)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엄단 주장이 ‘폭압적’이며 정치 폭력을 부추길 소지가 다분하다고 규탄했다.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가 접전을 벌이는 애리조나주에서 선거관리를 총책임진다.
폰테스는 “안타깝게도 보안은 선거 당국의 주요 고려 사항”이라며 선거 부정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어 “악의적 행위자들이 트럼프의 발언을 무기로 삼을 공산이 있다”며 “우리는 선거 관리 공무원과 투표소 직원들을 보호해야 한다. 모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당국자도 트럼프의 발언이 불러올 파장을 예의주시했다. 펜실베이니아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의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화당 세스 블루스타인 위원은 이날 로이터에 “내가 아는 모든 선거 관리자들은 자신의 업무를 잘 수행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불행히도 폭력 위협에 대한 대비도 포함된다”고 논평했다.
마찬가지로 격전이 예상되는 미시간주의 조슬린 벤슨 민주당 소속 국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나와 이 나라의 모든 선거 공무원들의 의무는 잡음을 극복하고 공정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그 어떤 거짓말과 망상, 협박도 우리의 목적을 방해할 수 없다”고 직격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서리 카운티의 선거 책임자인 미셸라 허프는 트럼프의 발언으로 주민들 사이에서 투표 업무를 기피 현상이 벌어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11월 대선에서 “내가 이기면 부정행위를 한 사람들은 법의 최대 범위까지 기소될 것”이라며 “여기에는 징역형도 포함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제 3세계 국가로 전락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이러한 법적 처벌은 변호사, 정치 공작원, (선거 후원금) 기부자, 불법 유권자 및 부패한 선거 관료에게 적용된다는 점을 유의하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부정선거 음모론에 불을 지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 패하면서 재선에 실패하자 이를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이듬해 1월 6일 지지자들을 상대로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당시 인준 절차가 진행되던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도록 선동한 혐의로 지난해 8월 연방 특별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지지자들의 국회 점거 나흘 전에는 조지아주 법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 결과를 바꿀 1만2670표를 찾아내라’고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기소돼 현재 조지아주 1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