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사기 유포 등 지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와 관련한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지지자들의 충성심은 여전하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소가 정치적 동기에 의한 마녀사냥이라며 기소에 반발했다. 그의 변호 비용을 함께 부담하겠다며 기부를 결심한 이들도 있었다.
공화당이 첫 경선을 치르는 아이오와주에 거주하는 로빈 바솔로뮤(66)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그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라지길 바라고, 나는 그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안다”며 “나는 모든 기소가 그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연방검찰은 1·6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사기 모의 △선거인단 표결 인준 등 공무집행 방해 모의 △투표권 침해 △공식 절차 방해 등 4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경선을 조기에 치르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의 판매원 브루스 실버(68)는 “이건 다 정치적인 것”이라며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가 있고, 내가 아는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기소는 완전히 바보같다”고 토로했다.
실버는 자신이 정기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기부한다며 “그는 좋은 변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이외의 사람에게 투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예비선거 전에 트럼프가 사망했을 경우뿐이며,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과 지난 6월 기밀문서 무단 반출 사건 등으로 기소된 바 있다.
이번 기소 직전에 발표된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유권자의 과반인 54%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격자인 론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지율은 17%에 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응답자 가운데 그가 범죄를 행했다고 보는 이들은 20% 미만이었다. 지난 6월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 지지자의 70% 가량은 법 집행 당국자들이 정치적 동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시간주 세인트찰스에 거주하는 코카콜라 직원 스티븐 울버턴(57)은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나쁜 일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후보를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다.
선거 사기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 지지자들도 적지 않다.
2021년 3월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자의 56%가 선거가 조작됐다고 믿었고, 올해 3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58%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회에서 열린 2020년 미국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한 집회에 참석한 모습이다. 2021.01.06/ © 로이터=뉴스1 © News1 임윤지 기자 |
그러나 일부 공화당 유권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침없는 선거 사기 주장에 회의적이며, 이것이 그의 대선 도전을 위태롭게 하는 요소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저는 이전에 이렇게 많은 지지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매우 성공한 전직 대통령이자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및 대선 본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자에 대한 전례없는 기소는 전 세계에 지난 3년간 미국에서 일어난 부패와 스캔들, 실패에 대해 일깨워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쇠퇴하고 있는 국가지만,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고, 이전보다 더 위대해질 것”이라면서 “여러분 모두를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굳건한 지지기반이 되는 건 바로 저학력 육체노동자 중심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 유권자들 가운데 37%를 차지하는 이 세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지지 의사를 바꾸지 않는 엄청난 충성도를 자랑한다.
NYT 여론조사에 응답한 마가 지지자 319명 중 전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답했다. 기밀 문서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답변한 이들은 2%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