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이 30일(현지시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위험하다’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이날 한미일 3국 안보경제 전문가 네트워크인 ‘트라이포럼’이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비판하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재차 강조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2006년 이후 국제사회의 관여가 없었고 그 이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크게 확장됐다”면서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계속 반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대화를 중단하는 것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적극적이어야 하고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인데, 트럼프 진영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핵무기 숫자를 줄이거나 국제적인 조사를 허용하는 등의 군축 대화를 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짚었다.
이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군비 통제를 하려 한다면, 그 시점에 한국이나 일본, 여타 국가가 억지력을 명분을 자체적인 핵무기를 가지려 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북핵 정책 초점이 비핵화에서 비확산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목표는 비핵화”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가 핵을 갖는 핵확산이 일어나길 바라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 한국도 자체적인 억제력을 갖길 원할 것이며 일본도 그럴 수 있다. 핵보유국이 많아질수록 전 세계가 더 위험해지며 불안정한 지역일수록 더욱 그렇다”라고 거듭 우려를 표명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서는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한 것은 동맹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동맹이 실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지난 26일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대담에서도 “한국의 국방비 지출은 GDP의 2.5% 수준인데, 이는 3%나 미국처럼 3.5%까지 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동맹국들과 방위비를 분담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트럼프 후보가 재임 시절 북미 대화 전략을 논의하면서 한국 여자프로골퍼를 ) 선수들을 북한과의 대화에 내보내야 한다고 언급했던 일화도 언급했다.
오브라이언이 공개한 일화에 따르면 트럼프는 “한국 여자 골퍼들을 본 적이 있느냐. 엄청나게 많은 대회에서 우승하고, 결코 퍼팅을 놓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그들은 킬러들이다. 한국 여성 골퍼들이 (협상에서) 김정은을 죽여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때 무서운 집중력과 승부근성을 갖고 대회에 임하는 한국 여자 골퍼들과 같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을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포럼에는 미 의회의 대중국 입법을 주도한 마이크 갤러거 전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등도 참여해 북·중·러의 군사적, 산업적 협력 강화 움직임에 대응한 한미일 연대강화 전략 등을 모색했다.
이번 행사에 이어 트라이포럼은 오는 11월 한국(서울)과 일본(도쿄)에서도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미국 대선 이후 열리게 될 후속 심포지엄에서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의 안보·경제 관련 주요 인사와 산업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미일 3국 간의 협력 과제와 방안 등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