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 나설 공화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의 핵심 승부처 중 하나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며 본선행(行)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8부 능선을 넘었다.
24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30분 현재 90%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60.0%(40만6122표)를 얻어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39.3%·26만6213표)를 20%포인트(p)의 격차로 제치고 사실상 승리했다.
뉴욕타임스(NYT)도 88% 개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59.9%(39만7524표)를 얻어 헤일리 전 대사(39.4%·26만1731표)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이달 네바다와 버진아일랜드에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승리하면서 5연승 가도를 달리게 됐다. 현직 대통령이 아닌 공화당 후보가 경선 초반 5연승을 거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헤일리 전 대사의 고향이자, 재선 주지사를 지낸 곳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승리를 계기로 사실상 민주당 후보가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본선 대결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캠프의 한 고문은 이날 밤 이후 미시간·애리조나·조지아 등 주요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 대응팀을 구성하는 등 사실상 본선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개 지역에서 경선이 열리는 내달 5일 ‘슈퍼화요일’ 이전 대선후보직을 확정짓기 위해 ‘무시 전략’을 쓰며 헤일리 전 대사의 사퇴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투표 마감 후 5분만에 승리 연설에 나서 자신을 전국적 스타로 만든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서 사용한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로 바이든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그는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며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바이든의 눈을 똑바로 보고, ‘조, 당신은 해고야. 나가라’고 말할 것”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승리 연설 내내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 NYT는 “뉴햄프셔 경선 직후 헤일리 전 대사를 맹공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대조”라고 평가했다.
반면 헤일리 전 대사는 기존 여론조사(30%)보다는 높은 40%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하긴 했지만 향후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패배한 만큼 향후 경선 레이스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경선 패배가 사실상 확실시된 후 연설에 나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축하를 전하면서도 “저는 약속을 지키는 여성”이라며 경선 참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 유권자들은 “후보가 한 명뿐인 소비에트식 선거가 아닌 진정한 선택을 할 권리가 있다”며 “미국인 대다수가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을 지지하지 않는 만큼 저는 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40%가 50%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40%는 작은 집단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면서 “우리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 대안을 원한다고 말하는 유권자들이 엄청나게 많다”라고 강조했다.
헤일리는 “우리는 내일 (27일 경선이 열리는) 미시간으로 향하고, 그 다음 주 ‘슈퍼 화요일(3월5일)’ 경선을 치르는 주들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캘리포니아(대의원 169명)와 텍사스(대의원 161명) 프라이머리를 포함해 16곳에서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까지 경선 참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슈퍼화요일엔 전체 대의원의 약 36%인 874명의 향방이 결정된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 레이스를 지속할지에 대한 의문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헤일리 전 대사가 슈퍼화요일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결과는 그가 승리로 가는 경로가 부족하다는 것을 강화해 주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 레이스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사법리스크’에 휩싸여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염두에 두고 ‘버티기’ 모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