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가 한국 방산기업과 손잡고 4륜 조립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월 80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페루 군사전문매체 소나 밀리타르와 밀리타르니 등은 13일(현지시각) 페루 육군 무기탄약공장(FAME)이 루리간초-초시카에서 특수·군용 차량 조립공장 개장식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호세 제리 페루 대통령과 세자르 디아스 페체 국방장관, STX 박상준 대표가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 페루 정부는 “국방 산업 자급자족을 향한 결정적인 단계”라고 강조했다.
기술이전과 현지화 동시 추진
이번 공장은 기아 KLTV 4×4 경전술차량과 현대로템 K808 백호 8×8 장갑차 조립을 시작으로, 단계에 따라 공동 제조 방식으로 전환한다. 세자르 디아스 페체 장관은 “기술이전과 전문 고용 창출, 지역 역량 강화를 동시에 촉진한다”고 밝혔다.
페루 FAME과 STX는 지난해 5월 전략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STX가 물류 통합을 맡고, KG모빌리티와 현대로템이 제조 기술을 제공하는 구조다. 조립 라인 구축에 대한 지식 이전과 기술 승인, 포괄 지원을 KG모빌리티가 담당한다.
지난 8월 FAME과 STX는 기아차 KLTV 전술차량 10대 초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5월 기본 계약의 두 번째 단계로, 후속 단계에서 연간 100대 이상 인도를 규정하고 있다.
예비부품·정비·교육 종합지원
한국 기업들은 차량 공급에 그치지 않고 예비 부품, 유지보수, 훈련 프로그램, 기술이전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물류지원 시스템을 구축한다.
KLTV는 전장 4,900mm, 전폭 2,190mm 크기로 최대 8명이 탑승할 수 있다. 3.0리터 V6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로 최고시속 130km를 낸다. 런플랫 타이어를 장착해 타이어 피탄 시에도 시속 48km로 48km를 주행할 수 있다. 최대 760mm 깊이 하천을 건널 수 있고, 종경사 60%, 횡경사 40% 지형에서 주행이 가능하다.
K808 백호는 전투중량 20t의 8×8 차륜형 장갑차로 최고시속 100km, 최고 수상속도 시속 8km를 낸다. 런플랫 타이어와 공기압자동조절장치(CTIS), 수상추진장치를 갖췄다. 전면은 12.7mm 또는 14.5mm 구경 총탄을, 측면은 7.62mm 탄약을 방어한다. 승무원 2명과 완전무장 보병 9~10명을 수송할 수 있다.
중남미 방산 허브 도약
업계는 이번 페루 조립공장 가동을 중남미 방산 시장 확대의 기점으로 본다. 영국 민간 군사정보 컨설팅 업체 제인스인포메이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남미 지상무기 시장 규모는 563억 달러(약 82조 8100억 원)로 10년 전인 2014년(45조 3000억 원)보다 2배 가까이 커졌다.
페루는 지난해 11월 FAME과 현대로템, STX가 K2 전차와 차륜형장갑차 등 지상무기에 대한 총괄협약을 맺었다. 페루 육군은 지난 10월 K2 전차 46대와 K808 백호 99대를 직접 들여온 뒤, 각각 104대와 181대를 추가로 현지에서 조립하는 15년 계획을 발표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페루가 태평양 동부 전략 요충지인 만큼, 현지 조립공장을 거점으로 삼을 경우 인근 국가로 수출 허브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