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미국과의 핵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오 모스크바 중심지의 전시장 고스트니 드보르에서 양원 의원들과 군 지휘관, 병사들을 상대로 이 같이 발언했다. 그가 국정연설을 하는 건 지난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략적 공격 무기 조약에 대한 참여를 중단할 것임을 오늘 발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타트는 지난 2010년 체코 프라하에서 체결돼 이듬해 발효됐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2021년에 5년 연장됐다. 이 협정은 미국과 러시아가 실전 배치된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제한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상호 핵시설 사찰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푸틴 대통령은 또 “미국이 핵실험을 한다면 러시아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우크라서 체계적으로 목표달성할 것…전쟁은 서방 탓”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했다. 그는 “차근차근, 우리는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우리가 직면한 목표들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쟁의 책임을 거듭 서방에 돌리며 “우크라이나 갈등을 부채질하고, 긴장을 고조시키고, 희생자수를 늘린 것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서방 엘리트들에게 있다”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안보에 필요한 모든 재원을 가지고 있다면서 “러시아 기업들은 공급망을 재건했으며,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새로운 결제 시스템과 금융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 제재를 가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러시아를 제압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방의) 계산은 실현되지 않았다. 러시아 경제와 기업들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서방 엘리트들은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안겨 주려는 목표를 숨기지 않고 있다”며 “이는 우리를 끝장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연설 중 러시아 국영TV와 라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먹통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의 연설 기간 동안 모든 러시아 국영TV 사이트나 라디오 방송 웹사이트, 그리고 스모트림이라는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에 접속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은 이번 먹통 사태가 분산서비스거부(DDoS), 즉 디도스 공격의 결과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