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조 바이든 대통령(80)이 내년 11월 치러질 대선에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고령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끊임없이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고, 건강 문제도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로이터·AFP통신과 미국 현지 언론들을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재선 출마를 공식화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정신·신체 능력이 ‘매우 걱정된다’고 답한 응답자는 73%, 그가 재선되면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지 매우 걱정된다고 답한 응답자도 76% 수준이었다.(SSRS 여론조사기관)
만일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두번째 임기를 마치는 나이는 86세가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말 실수로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Prime Minister)를 가리키며 ‘대통령'(President)이라고 두 차례나 실언을 하는가하면, 한국을 남미라고 말실수를 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 총기규제 개혁 관련 행사에 참석해 “갓 세이브 더 퀸 맨”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갓 세이브 더 퀸’은 ‘여왕 폐하 만세’라는 뜻으로, 영국의 국가이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향한 찬가이다.
지난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고 장남 찰스 3세가 즉위함에 따라 국가는 현재 왕을 지칭하는 ‘갓 세이브 더 킹’으로 바뀌었다. ‘갓 세이브더 퀸’은 영국의 펑크 록 밴드 섹스 피스톨즈가 1977년 공개한 음원이기도 하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을 동행한 풀 기자(기자단을 대표해 공식 행사를 취재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 역할)는 취재한 내용을 기자단에게 공유하면서 “여러분 중 몇몇은 왜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했는지 물어봤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1년 3월 에어포스원에 오르다 3차례 넘어지는 모습. (엑스 갈무리) |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이 일으킨 무장반란과 관련해 뜬금 없이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에서 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이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전쟁인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잘못 말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특별군사 작전’을 개시한 이후 현재까지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밖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중국의 총리’라고 지칭하는가하면, 캄보디아를 콜롬비아라고 잘못 말하기도 했다. 그가 연설 직후 허공을 향해 혼자 손을 내밀고 악수하는 모습이 포착되는가하면, 한 행사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재키 왈러스키 연방 하원의원을 호명하며 “재키 여기 있나요? 어디에 있나요?”고 수차례 묻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넘어짐 사고’도 정치적 리스크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오다가 모래주머니에 걸려 넘어지는가하면 공원에서 타던 자전거를 멈춰 세우다가 페달에 걸려서 넘어졌다. 이밖에도 그는 비행기에 오르거나 내리던 중 계단에 걸려서 수차례 넘어지면서 전 세계의 헤드라인을 장식해왔다.
케빈 오코너 백악관 주치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심각한 척추관절염을 앓고 있으며 경미한 골절 후 생긴 발목 관절염으로 인해 걸음걸이가 뻣뻣하다”며 종종 통증으로 괴로워한다는 소견을 낸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백악관 팀은 최근 에어포스원 계단 칸의 높이를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정확히 언제부터 개선됐는지 공식적인 답변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최근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및 영국·리투아니아·핀란드행 이동에 쓰여왔다.
여기에 미국의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백악관팀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테니스화를 신게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고령자 및 장애인 등 약자들을 위해 물리적인 장애물 등을 제거하는 일종의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설계인 셈이다.
폭스뉴스는 “바이든이 선거 기간 대중 앞에서 넘어질 경우 선거 캠페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올 여름 AP통신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집권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고 답한 응답자 77%(공화당 89%·민주당 69%)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