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반(反)유대주의를 규탄하는 집회에 수만 명의 군중이 모였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인 인질 석방을 촉구하며 행진했다.
AFP통신은 이번 집회가 미국 전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을 두고 심각하게 분열된 가운데, 지난 몇 주간 미국 및 전 세계 도시에서 이어진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열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국회의사당 인근 내셔널 몰 공원에는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흰색과 파란색이 들어간 옷을 입은 사람들이 운집해 ‘이스라엘을 위한 행진’에 참여했다.
CBS가 입수한 집회 허가 문서에 따르면 주최 측인 북미 유대인 연맹 등은 약 6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필라델피아에서만 4000명 이상이 행진을 위해 워싱턴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미국에서 열린 최대 규모의 친 이스라엘 집회라고 보도했다.
참가자들은 “하마스 전멸” “강에서 바다까지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하마스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주최 단체 중 하나인 ‘그레이터 워싱턴 유대인 연맹’은 해당 집회의 목적이 반유대주의에 대항하고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240명의 석방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임시 도로를 차단하기 위해 제설차와 군용 장갑차를 배치하고, 입장 전 시위대의 가방을 검사하는 등 삼엄한 경비 태세를 갖췄다.
집회 도중 화상 연결로 등장한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모든 유대인이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에서 당당하고 안전하게 살 권리를 위해 행진하고 있다”고 연설했다. 그는 “아무도 우리를 꺾을 수 없다”고 했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마이크 존슨 공화당 하원의장도 참석해 인질 가족들과 함께 연설했다. 슈머 의원은 “미국은 여러분의 고통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시카고에서 왔다는 기독교 목사 마이크 무어(48)는 AFP에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한 자유의 보루”라며 “끝없는 폭력의 순환이 계속되지 않도록 승리로 평화가 오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에서는 2주 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려 군중들이 백악관 주변 울타리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군사 정책에 대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에 항의했다.
반명예훼손연맹(Anti-Defamation League)에 따르면 지난 10월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시작된 이래 지난 10월 23일까지 미국에서는 총 312건의 반유대주의 행위가 발생했으며 그중 190건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해 숨진 이스라엘인은 1200여 명이며 대부분 민간인이었다. 이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집중 공격하고 지상군을 투입했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집계한 가자지구 내 사망자는 1만1200여 명이다.